글
[Warsaw] 카우치서퍼들의 천국과도 같던 도시
2012-08-23
기나긴 유럽배낭 여행에서 거의 막바지였던 동유럽의 폴란드. 바르샤바를 먼저 포스팅하게 된 이유는 폴란드에서 경험했던 카우치서핑(Couchsurfing)의 경험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유럽 여행에서 유일하게 카우치서핑을 제공받은 곳이기도 했고, 카우치서퍼(Couchsurfer)들의 천국과도 같았던 도시였다.
먼저 카우치서핑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여행을 좋아하고 타 문화와의 소통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거대한 네트워킹이다. 골자는 배낭여행자들에게 무료로 자신의 집 카우치(couch)를 빌려준다는 것인데(원칙상 유료로 잠자리를 제공하거나 어떠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지양하도록 되어있다), 호스팅과 서핑으로 나누어져 홈페이지에 개인 프로필을 올릴 수 있다. 물론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 갈 수 없는 사람들은 여행객들을 자신의 집에 머물도록 허락하면서 여행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평소에 만나보기 어려웠던 문화권의 외국인 친구를 사귈 수도 있다. 여행객은 돈을 아끼는 동시에 로컬의 사람들과 만나 가이드를 부탁할 수도 있고 여행으로 지친 마음에 단비같은 친구들을 얻게 된다. 물론 외국어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감으로 인해 꺼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한국인 이용객들도 종종 눈에 띤다.
아래는 카우치서핑 홈페이지(http://www.couchsurfing.org). 내가 여행할 당시와는 포맷도 조금 달라지고, 메뉴도 많이 생겼다.
가입을 하면 자신의 프로필을 부여받는다. 성격이나 국적, 여행 경험 등을 상세하게 적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Reference란이다. 카우치서핑을 하면서 알게 된 친구나 기존의 친구지만 카우치서핑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나에 대한 글을 적는 일종의 방명록이다. 카우치서핑의 호스트들은 서퍼의 Reference란을 보고 호스팅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해당 란을 좋은 말들로 채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가장 상위에 Host를 찾을 수 있는 검색엔진이 있다. 카우치서핑을 원하는 도시와 날짜, 일 수, 그리고 몇 가지 옵션을 선택 가능하다. (거리가 얼마나 많이 떨어져 있는 지, 게스트를 정말 받을 수 있는 지 혹은 상황에 따라 불가능하다고 명시해 두었는 지, Reference를 받은 경험이 있는 지, 확인된 계정인 지, 최근에 접속한 기록이 있는 지, 어떠한 언어를 사용하는 지 등등)
각 호스트 별로 성향과 선호하는 게스트가 다르기 때문에 꼼꼼하게 프로필을 읽어 보아야 한다. 더불어 프로필을 꼼꼼하게 읽었는 지 확인하기 위해 몇 가지 트릭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신청은 1:1 쪽지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그 쪽지에서 자신의 애완견 이름을 반드시 명시하라거나, 특정 문구를 쓰도록 유도하는 게 바로 그러한 경우다. 카우치서핑이 성사되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지만, 만일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다시 없을 귀한 경험이 될 것이다.
바르샤바에서 운 좋게 카우치서핑에 성공한 우리들은 지하철 역에서 우리를 호스팅해주기로 한 친구를 만나 함께 이동했다. 게다가 그 날에는 바르샤바 지역에 있는 카우치서퍼들 간의 모임이 있었기 때문에, 그 모임에서 카우치서퍼 바르샤바 지역 모임을 주도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하룻밤은 처음 우리를 마중나온 친구 유스티나와 다음 날은 모임을 주최한 토니의 집에서 묵기로 했다. 둘 다 상당히 친절하고 오랜 경험이 있는 카우치서퍼라서 편안하게 있을 수 있었다. 게다가 그 모임에서 만난 또 다른 카우치서퍼가 우리에게 바르샤바 지역의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자처했다. 얼떨결이었지만 그 다음날 우리를 픽업하러 온 친구를 따라 곳곳을 구경할 수 있었다.
날씨가 정말로 화창했던 바르샤바의 여름 날. 바르샤바는 세계대전 이후에 지어진 오래된 건물들이 보존되어 있어서 아름다운 동시에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그 친구가 이 나무에 대해서 긴 설명을 해주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몹시 오래된 나무이며 기후가 더운 지역에서만 자라는데도 폴란드에서 잘 성장했다는 얘기를 했던 거 같은데 뇌내 메모리카드 이상으로 기억이 나질 않음.
지역 음식이 먹고 싶다고 하니까 데려가 준 폴란드 음식점. 뭔가 우리나라의 김밥천국 같은 느낌인데 폴란드 전통의상을 입은 여인들이 서빙을 한다. 근데 유럽 여행하면서 느낀 거지만 여자들은 폴란드가 제일 예쁘다. 눈이 호강한 한 끼 식사.
내 생애 최고의 립이었던 이 녀석. 입 안에서 사르륵 녹는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전체적으로 아삭아삭하고 가니쉬가 잘 되어 있어서 고기를 먹어도 전혀 느끼하지 않았다.
기둥마다 동상이 조각되어 있는 독특한 건물. 대학교 건물들도 들어가 보았는데 건물이 오래되어 상당히 위엄이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 더위를 달래기 위해 아이스크림으로 목을 축이고,
폴란드 이전과 이후 도시에서는 카우치서핑을 하지 못했다. 여행 날짜가 너무도 가까워서 신청한 이유도 있었고, 프로필을 꼼꼼히 읽지 않고 쪽지를 보내느라 급급했던 나에게 호스팅을 선뜻 해주겠다고 나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폴란드라는 나라는 동유럽이나 찬찬히 돌아보고 오자는 마음으로 넣은, 나에게는 별 임팩트가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카우치서핑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너무도 좋게 남아 '폴란드'하면, 좋은 사람들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우리의 호스트는 일을 하는 와중에도 카우치서핑을 제공하느라 아침에 눈을 뜨니 이미 출근을 한 이후였다. 우리를 위해 간단한 아침식사를 준비해놓고 간 그녀를 위해 우리는 장문의 편지를 썼다. 언젠가 다시 만나자는 순수한 약속도 함께. 나에게 폴란드가 멀고 먼 나라인 것처럼, 그들에게도 한국인 게스트는 처음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폴란드라는 나라의 이미지를 만들어준 것은 바로 한국은 경험해보지도 못한 그들 세 명이었다.
유럽여행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어떠한 낭만이나 수많은 문화재 보다도 '여행'에 대해 구축되어 있는 사람들 마음 속의 인프라다. 사실 낭만을 찾아 유럽여행을 가는 사람에게 나는 부정적인 말을 더 많이 해준다. 영화 속의 도시들과 달리 유럽은 시설이 낙후하여 물도 깨끗하지 않고, 바닥은 지저분하며, 날씨는 때때로 변덕을 부리며, 동양인을 무시하는 은근한 시선들은 여행 내내 따라붙는다. 그들이 자랑하는 대형 박물관을 가득 채운 유물들은 상당 수가 약탈된 타국의 문화재이며, 일하지 않고도 쌓이는 관광수익을 믿고는 관광객들을 사기꾼과 소매치기의 재물로 방치한다. 이러한 현실에도 유럽을 찾는 사람들로 인하여 유럽 내에는 여행객들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 열린 마인드와 타 문화에 대한 수용이라는 소프트웨어적 인프라가 형성되었다.
우리 정부가 미소짓는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유명인들을 내세워 주창하는 이유는, 사람이 국가의 얼굴이 되고 사람과의 경험이 그 국가에 대한 기억을 만들기 때문이다. 물은 형체가 없이 손가락을 가져다대면 그 모양이 흐트러지지만, 결국 풍경을 고스란히 비추어낸다. 한 나라의 국민을 뭉뚱그려 하나로 정의할 수 없고, 사람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모두가 다르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 사회 안으로 편입이 불가능한 외부의 관광객들이 보기에는 사람이 바로 국가의 이미지고, 특성인 것이다. 강요받은 미소를 지어도 결국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바가지 요금, 인종차별, 'No'로 일관하며 돌아서는 뒷모습이라면 우리가 벤치마킹 해야하는 것은 유명인을 내세운 명품샵 투어코스 개발이 아니라 앞서 말한 소프트웨어적 인프라의 구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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