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Bedbug, 너는 누구냐. 공포의 빈대 퇴치 대작전!
오늘은 스페인 교환학생 생활에서 충격적 사건들 중 하나였던 'Bedbug, 일명 빈대 (스페인어로는 chinche)'에 대해서 포스팅을 해보려고 합니다. 다소 혐오스러운 사진들이 있을 수 있으니 벌레를 매우 싫어하신 다거나 비위가 몹시 약하신 분들은 그냥 스킵하셔도 됩니다.
스페인 생활 1년 중에 상반기 (2월 초부터 7월 초까지) 반 년을 거주한 숙소는 한적한 해변가에 위치한 오래된 '저택'이었습니다. 예전에 어학원 건물로 쓰던 것을 개조한 복층 건물로, 거대한 정원(아래 사진에 보이는 커다란 나무가 중앙에 심어진) 내에 있는 작은 방들과 2층 테라스, 즉 건물 내부에 있는 가건물 형태의 방들까지 포함해서 대략 12개 정도의 방이 있는 3층 짜리 주택이었습니다. (1층 전체는 부엌과 살롱으로 나누어져 욕실과 포켓볼 룸이 있는 파티하기에 좋은 집이었음. 현재는 집 주인이 3년 전에 소음 때문에 먹은 벌금을 내지 않아 강제 압수 당한 상태. 층간 소음은 스페인에서도 피할 수 없는 일이었나 보다. 또르르...)
1층 문을 열면 보이는 모습. 초인종 마저 고장나서 (밤에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가는 사람들 때문에 아예 끊어 버렸음) 열쇠가 없으면 출입이 불가. 스페인은 관광법에 따라 고층 저택을 지을 수 없는 것이 특징이며, 우리나라와는 달리 고지대에 있는 집일 수록 집값이 비싸다고 합니다. 사실 사진을 첨부한 건 스페인 부동산에 대해 논하려는 게 아니라 집들의 고즈넉함(ㅋㅋㅋㅋ)을 확인하시라고.
특히나 제가 친구와 함께 거주하던 저택은 지은 지 오래된 건물로, 우리는 화장실에서나 쓸법한 타일로 벽이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화려한 문양의 타일로 집 안을 장식하는 것은 오래된 스페인 건물들의 특징인데요. 특히나 스페인 남쪽 안달루시아 지역에는 아랍 문화권의 영향이 많이 남아 있음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저 집이 엄청 오래된 건물이라는 것. 그 증거로 불빛도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밤이면 전등 하나 없이 어두운 복도 때문에 파티 게스트들에게 '귀신의 집'이라고 불렸었습니다. ^^;;
그리고 이 집에 산지 몇 달이 되지 않아서 저희는 모기에게 물린 것과 같은 붉은 상처들을 발견 했습니다. 그 분의 강림. 그리고 이어진 구글링을 통해 우리의 대저택이야 말로 빈대가 서식하기에 가장 적절한 환경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Bedbug, 빈대, chinche는..
1. 어두운 것을 좋아합니다. 그러므로 빈대가 출몰하기 시작한다면 (바로 잠자리를 바꿔야 하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불을 켜놓고 주무세요. 물론 며칠간은 효과가 있지만 하루하루 지나고 배고파지면 밝은 불빛 아래에도 출몰함.
2. 이 녀석은 나무를 좋아합니다. 오래된 나무 가구 보다는 철과 스테인레스로 된 가구를 사용하세요. 특히 침대 프레임의 경우, 나무로 되어 있다면 매트리스를 치우고 베드버그의 똥이 새까맣게 묻어있지는 않나 확인하세요.
3. 섬유도 좋아해요. 숙소를 바꿨다면 잠자기 전에 매트리스 커버를 벗긴 뒤 봉제선을 따라 베드버그의 시체나 똥이 없는 지 확인하세요. 까맣게 점점이 무언가 묻어 있다면... 당신의 편안한 밤잠은.. 굿베이. 더불어 모든 옷과 이불을 깨끗이 빤 뒤 햇볕에 말려주세요. 빨래할 때는 뜨거운 물로, 햇볕에 말릴 때는 쨍쩅한 햇볕 아래에 그늘 없이. 캐리어도 마찬가집니다. 햇볕에 내놓으셔야 해요.
4. 베드버그는 방과 방, 건물과 건물을 오갈 수 있습니다. 벽에 구멍이 나 있지는 않는 지 확인해 보세요. 사실 베드버그가 출몰한 이후에는 그 녀석을 박멸할 방법은 없ㅋ음ㅋ 최선의 방법은 "집을 바꾸세요." 물론 그 전에 자신의 의류, 이불 등을 통해 베드버그를 새 집으로 옮기지 않도록 반드시 3번을 지켜주세요.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내가 빈대의 밥이라니..내가.. 내가...!!! 하시는 분들을 위해 말씀 드립니다. 나를 문 것이 빈대인가 아닌가 확인하는 방법.
1. 요 녀석들 잠복 기간이 있습니다. 9~10일에서 2~3주 가량. 이사 온 시기에 맞춰서 계산해 보세요.
2. 잠복 기간으로 긴가민가할 때는 물린 모양을 보세요. 베드버그는 혈관을 따라 이동하며 피를 빨아 먹기 때문에 모기에게 물린 자국이 띄엄띄엄 나 있는 것과 달리, 마치 딸기 씨처럼 비슷한 자리에 촘촘하게 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필자의 경우 발목 부분에 동그랗게 8방 정도 물린 자국이 있었음.)
3. 베드버그에 물리면 가려워서 몸둘 바를 모른다고들 하는데요. 제 친구는 말하는 동시에 벅벅 긁을 정도로 힘들어 했지만 저는 그다지 가렵지 않았음. 가려운 건 개인 차가 있는 것 같습니다.
4. 물린 방에서 계속 살다 보면 빈대가 나타납니다. 혹은 그 방을 몇 주 정도 비웠다가 다시 들어가 보면 배고픔에 지쳐있던 녀석들이 밝은 빛 무서운 줄 모르고 돌아다니는 걸 볼 수 있음.
그렇다면 베드버그는 어떻게 생겼을까요?
요렇게 생김. 제가 실제로 봤던 건 성충. 생각보다 크기가 큽니다. 성충에 경우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외쿡애들은 파인애플 같이 생겼다고 하던데 실사도 덧붙여 드림.
색깔은 오렌지, 검붉은 색에 가깝습니다. 속이 투명하고요.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큰 충격은 없음. 저는 방 안에서 출몰한 베드버그를 딱풀에 붙여 놨다가 스페인 집 주인한테 직접 보여 줬습니다. 어지간히 충격이었는지 디오스!하며 (냉장고 아니라)신을 찾아대더니 방값 깎아줌.
그래서 빈대에 물렸을 경우 대처 방법?
1. 방을 바꾸세요. 아니면 이사를 가세요.
2. 긁으면 색소 침착이나 기타 다른 병균으로 인한 피부 트러블이 있을 수 있으니 긁지 마시고,
3. 물파스 바르면 많이 나아져요. (가려움도 개선되고 실제로 진정 효과 다소 있음.)
저는 중국인 룸메가 준 약을 바르고 빠른 기간 내로 완쾌했습니다. 유럽은 물론이고 미국도 요즘 베드버그로 고생 중이라고 하니 먼 얘기로만 생각하지 마시고 조심하세요. 한 번 걸리면 정말 답 없습니다. 지금은 신기한 추억으로 남아 있지만 그 때는 베드버그 때문에 워낙 스트레스라 입만 열면 빈대빈대빈대 이러고 다녀서 한 동안 어학원 친구들도 "야 너 빈대 어떻게 됨?"하고 물어 봤었음. 그 때마다 한국(우리 집)엔 이런 게 없어.. 없다고... 한국 가고 싶어... 또르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대꾸했던 기억이 나네요^^;
난 니가 싫어 하지만 너는.. 너는...
2012년 2월 - 7월 '귀신의 집' 일명 대저택 거주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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