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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던지는 축제, 「La Tomatina」 체험기
필자가 1년 간의 스페인 교환학생 생활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 심심치 않게 들은 질문 중 하나는 "토마토 축제 가봤어?"였다. 스페인이라는 나라를 머리속에 떠올리면, 정열의 붉은 태양과 건강한 이미지가 가장 먼저 생각날 것이다. 푸른 구장을 뛰어 다니는 근육질의 축구 선수들 만큼이나 판에 박힌 스페인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토마토를 던지면서 노는 축제, "La Tomatina(라 또마띠나)"다. 매 해 8월 마지막 주에 발렌시아의 소도시 부뇰(Buñol)에서 열리는 축제로, 잘 익은 토마토를 트럭에 실어 골목 곳곳에 쏟아 부어주면 축제 참석자들은 2시간 동안 토마토 싸움을 한바탕 벌이게 된다.
토마토 축제에 대해 교과서나 매스컴을 통해 익히 들어온 나는, 그 길로 원정대를 꾸려 미친 자들의 무리에 합류했다. 소도시 부뇰은 토마티나 축제로 인해 그 하루가 일년 중 가장 떠들썩할 정도로, 새벽부터 많은 인파가 모여든다. 발렌시아 중앙역에서 토마티나로 가기 위한 열차는 해가 뜨기 전 이른 아침부터 인파들로 북적인다. 원활한 티켓팅을 위하여 잔돈을 반드시 준비해 갈 것! 기계가 지폐 또는 카드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면, 티켓팅을 돕기 위해 서 있던 역 직원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게 된다.
저 멀리 보이는 역사와 길게 늘어선 줄. 사진에 나와있는 대로 이 때 시각이 새벽 6시 20분이었다. 발렌시아 Valencia-Sant Isidre역에서 출발!
기차에 올라타서 부뇰 역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린다. 파티는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졸음과 피로가 쌓이기 시작한 몸을 이끌고 가다보면 차창 밖으로 어느 새 해가 떠오른다. 부뇰 역이 되면 기차 안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우루루 내리기 시작한다. 역사 밖으로 나가면 금방 축제의 현장에 다다른다. 세계 모든 축제의 모습들이 그러하듯, 핫도그와 음료를 파는 상인들과 물안경을 목에 건 사람들의 모습들이 속속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축제를 위하여 최대한 몸을 가볍게 했다면 상관 없겠지만, 가방이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맡길 것! 가방을 맡아주는 곳에서 번호표를 받고 3~5유로 정도를 내면 된다.
옷차림에 대한 TIP을 남기자면,
1. 수영복을 안에 입고, 버려도 되는 가벼운 옷차림을 할 것. 물에 잘 마르는 재질이라면 더욱 좋다.
2. 짐을 가볍게 하되 사진을 찍고 싶다면 반드시 방수팩에 핸드폰 또는 카메라를 넣어갈 것. 크기가 큰 카메라는 어렵지만 한 손에 쥘 수 있는 콤팩트 카메라는 혼돈 속에서도 정신만 차리면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다.
3. 신발은 맨발, 아니면 차라리 튼튼한 샌들을 준비할 것. 쪼리는 100퍼센트 분실되며, 두꺼운 신발을 신을 경우 주변 사람들을 다치게 할 수 있다.
축제를 기다리는 사람들. 축제는 마을 곳곳 전체에서 진행되는데, 우리 일행은 제법 깊은 골목까지 들어갔다. 안내를 따라 이동하면서 찍은 부뇰의 전경들.
이 날은 날씨가 정말 좋았다. 토마토로 귀싸대기를 맞아도 마냥 좋을 것만 같았지만, 막상 축제가 시작되고 보니 완전 헬이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또마띠나의 이상과 현실...☆
Q1. 토마토 맞으면 아픈가요?
토마티나 축제에 대한 홍보 글귀를 보면 "잘 익은 토마토라 톡, 닿기만 해도 팡, 터진다"고 나와 있는데.. 실제로 토마토를 맞아보니 그 파워는 장정에게 귓방망이를 후려 맞은 것 같은 수준이었다. 실제로 토마토에 크게 얻어 맞고 나면 1~2초 정도는 멍해질 때도 있다.
Q2. 저는 소심해서 토마토를 못 던질 거 같아요ㅠㅠ
걱정하지 마세요 고갱님. 2시간 동안 그 곳은 토마토 좀비들에게 점령 당한 혼돈의 카오스. 애미애비도 몰라 볼 토마토 좀비들이 "잘 익은" 토마토를 고갱님께 투척합니다. 토마토로 하나되는 월드 와이드. 건장한 유러피언들에게 붙잡혀 토마토 국물로 머리 감게 됨...
Q3. 일생일대 한 번 뿐인 토마토 축제!! 소장용 사진을 잔뜩 찍고 싶은데요~ 찍을 수 있나요?
......어.... 음...... 인증샷 정도는...
Q4. 또 가고 싶은가요?
NO. NEVER. NUNCA.
한 번이면 족한 귀한 경험임. 사실 토마토 축제에서 위험한 건 토마토가 아니에요. 토마토 던지기에 미쳐서 골목길에 바글바글 모여 있는 사람들을 헤치고 지나가는, 토마토를 가~득 실은 2톤 트럭이죠. 트럭이 지나갈 길을 만들기 위해서 사람들은 서로 밀치고, 벽을 타고 올라가고... 토마티나 축제에는 동양인들의 비율이 그다지 높지 않은데요. 골격이 크고 우락부락한 사람들이 양 옆에서 밀쳐대니, 압사(壓死)가 뭔지 절절히 깨닫는 순간이었음. 누텔라로 삼시세끼 떼울 것 같은 풍만한 몸매의 미쿡 언니 두 명이 양 옆에서 팔로 제 목을 졸라가며 "나 죽을 거 가태 ㅠㅠ~" "안돼ㅠㅠㅠ 힘내ㅠㅠ 스테이윗미... 스테이윗미... 젓ㅌ 부맅... 부맅..." 이러면서 타이타닉 부뇰판을 찍기도 했음.
아, 더불어 축제가 시작되고 나면 친구들 잃어버리기 쉽상이니까 나중에 합류할 수 있는 만남의 장소는 꼭 정해두세요. 축제 끝나고 나면 샤워기로 씻어주고+강한 스페인 햇볕에 옷이 금방 마르긴 하는데, 토마토 쉰내 나니까 숙소 예약하신 분들은 가서 깨끗이 씻고 옷 갈아 입으시고요.
필자의 La Tomatina 당일 체험기 (2012. 8. 29)
8월 28일 늦은 저녁 말라가에서 발렌시아IN (저가항공)
8월 29일 새벽 발렌시아 공항에서 한숨 잔 뒤, 열차 타고(아침 7시) 부뇰로 이동
8월 29일 정오 무렵 1~2시간 정도 실컷 축제 즐기고 난 뒤,
8월 29일 토마토 쉰내를 풍기며 오후 비행기 타고 다시 집으로.
La Tomatina를 즐기기 위한 팁
1. 옷차림은 가볍게! 수영복+버려도 되는 옷+튼튼한 샌들(혹은 맨발)
2. 사진을 찍고 싶다면 작은 카메라 또는 휴대폰을 방수팩에 넣어서. 분실하지 않기 위해 주의할 것.
3. 친구들과 떨어졌을 시에 축제가 끝나고 만날 장소를 미리 정해둘 것.
4. (To. 발렌시아) 열차 표를 끊기 위한 잔돈을 늘 준비해둔다.
5. 2시간 정도는 미쳤다고 생각하고 정신없이 놀 것!
↑ ↑ ↑ ↑ ↑
나도 갔다. 라 토마티나.
토마토 좀비의 혼돈 속에서 살아 돌아옴.
2012. 0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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