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보성] 빛축제를 위한 1박2일 겨울여행

기전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한국의 여행지, 보성 녹차밭 그리고 죽녹원. 이번 여행은 순전히 나의 욕심 때문에 기획되었다. 여행을 가면 주로 계획을 세우는 사람의 입장인지라, 같이 가는 사람들이 순종적일수록 여행이 순조롭다. '따라다니기만 하는' 사람은 여행 파트너로 최악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으니, 여행에 있어 절대적 최선과 최악은 없다. 그냥 나한테 맞으면 장땡. 맘에 드는 일행과 함께 크리스마스 파티 대신에 담양, 보성을 어우르는 전라도 여행을 다녀왔다.


행을 계획하는 데 앞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행 루트를 짜는 것 때문에 고민한다. 나같은 경우 여행 전에 "반드시 가고 싶은 곳"을 몇 가지 뽑는다. 그리고 지도를 보고 그 근처에 방문할 만한 관광지가 있는 지 살펴본 뒤에 근접한 장소들을 연결하여 루트를 완성한다. 이 때 중요한 건 동선이 겹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리하여 이번 담양·보성 여행에서는 죽녹원으로 시작하여 녹차밭으로 끝나는 1박2일 여행 루트가 완성되었다. 이동은 렌터카를 통해(서울-담양은 4시간, 담양-보성은 약 2시간 가량이 소요된다.) 이루어졌다. 운전을 해준 여행동료에게 무한 감사를!




양·보성 1박2일 겨울여

 출발(09:30) → 녹원 국수거리(13:00) -> 녹원 -> 타세콰이어길 -> 양애꽃(17:20) -> 차밭 빛 축제(21:00) -> 차나라펜션(1박)





행 시작 후 첫끼. 죽녹원과 죽녹원 국수거리 사이에는 돌다리가 놓인 자그마한 개천이 있다. 국수거리 근처에 차를 세우고, 바로 눈에 들어온 곳으로 입장. 아무리 맛집이라도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오랜 시간 기다리는 것은 성미에 맞지 않아서, 사람이 바글바글한 가게 바로 앞에 한산한 곳으로 들어왔다. 경험상 사람이 몰리는 것은 '3의 법칙(세 사람이 동시에 같은 행위를 하면 주변에 있는 모두가 따라한다는 법칙)'처럼 일정한 사람들이 찾게 되면 실제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지는 확인되지 않은 채 죄다 같은 곳으로 향하는 경우도 있어서, 여행지에 간다해도 음식에 있어서는 필수코스를 지나치는 편이다. 그래도 후회해 본 적은 없다. 좀 더 여유있는 여행을 원하신다면 하나 둘 씩 내려놓는 것도 추천한다.





빔국수와 국물국수를 먹었는데, 멸치국물국수는 멸치 국물 맛이 진했다. 생선으로 국수맛을 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내 입맛에는 열무김치가 들어간 비빔국수가 더 맞았다. 국수보다는 김치전이 더 맛있었다. 가게 이름을 전집으로 바꿔도 될 것 같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말랑한 전이었음. 여러분 국수집이라고 국수만 드시지 마시고 전에 도전해보세요bb 밑반찬으로 단무지무침이 나왔는데 이건 항상 느끼는 거지만 성의없어 보이는 간단한 반찬인데 맛있다. 하긴 단무지가 맛이 없을리가..


단하게 배를 채우고 죽녹원으로 입장. 죽녹원 입장료는 성인 1인당 2000원으로 몹시 저렴하다. (여러분 국내 여행하실 때 입장료를 아까워하지 마세요. 우리나라는 관광지 입장료가 몹시 저렴한 편입니다. 물론 개인이 운영하는 테마파크나 박물관 등은 제외)





녹원의 코스는 그다지 길지 않다. 여유롭게 보면서 걸어도 1시간 40분~2시간이면 충분하고도 남음.




스의 중간 쯤에 위치한 기념품 판매점에 들어와봤다. 댓잎을 이용한 술과 각종 대나무 공예품을 팔고 있다. 맴매가 시선을 강탈하여 한 장 찰칵. 대나무를 깎아 만들어서 그런지 때리면 찰진 소리가 난다.



잎 아이스크림도 시식해봤는데, 같이 간 일행들 중에 나만 댓잎 맛을 느끼지 못했다. 색깔은 흡사 녹차색 같지만 시중에 파는 녹차 아이스크림하고 비교했을 때, 그것보다는 좀 더 연한 색이다.




장실이 딸려있는 한옥쉼터. 기념품 판매점을 지나고 나면 발견할 수 있다. 죽녹원 내부에 화장실이 있는 것도 몰랐지만 한옥으로 멋들어지게 지어져 있을 줄은 또 몰랐다. 여름에 오면 선비들의 별장 같은 느낌으로 한옥 내에 통하는 바람을 맞으면 기분 좋을 듯. 더불어 쉼터 안에는 마사지 의자가 있다. 경쟁률이 높아 앉아보지는 못했지만 이색적인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랑이 변치 않는 길을 걸으면 정말 사랑이 변하지 않을까?




녹원을 나오면서, 뭔가 아쉬운 마음에 먹어본 댓잎호떡. 깔끔하고 달달하지만 역시 댓잎의 맛은 느끼지 못했다. 예민한 후각을 가진 셰프들이라면 단박에 댓잎을 알아보려나. 역시 난 내공이 부족한가보다. 기름기가 많지 않고 추운 날씨에 제격인지라 호떡 값 2000원이 아쉽진 않았다.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라는 질문의 답을 가르쳐준 메타세콰이어길. 한산하기 짝이 없던 담양에서 인구 밀도 최고점을 찍었던 곳. 다행히 담양에서는 주차 공간이 충분한 덕분에 주차하긴 어렵지 않았지만 확실히 유명 관광지긴 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충격적인 것은 "메타세콰이어길"이 아니고 "메타세 길"임.




울이라 앙상한 나무들이 줄 지어 서 있는 서늘한 풍경 외에는 볼 것이 그닥 없다.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눈물이 나는 문학소녀(ㄴ)의 감성을 지닌 사람이 아니라면 심심하게 느낄지도. (심지어 떨어지는 낙엽도 없다.) 평범한 여행객의 시각에서는, 메타세'쿼이어'길을 방문하려면 나무가 울창한 여름이나 흰 옷을 입은 겨울날을 추천한다. 그래서 여행 오기 전부터 담양에 눈이 오길 바랐지만 점점 우리나라의 첫눈은 느려지는 것 같다.


쉬움과 추위를 안고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한정식 집으로 향했다. 좀 더 일정을 타이트하게 잡고 더 많은 관광지를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소쇄원이나 식영정 등에 추가적으로 들려보는 것도 좋다. 아니면 근방에 슬로시티 창평도 괜찮은 여행지다. 대부분의 관광지가 실외에 있으므로 날씨와 해가 지는 시간 등을 고려하여 거쳐갈 장소를 더 좀 더 많이 구성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느리게 시간이 흐르는 마을 또는 선비들이 뛰놀던 곳이라는 홍보문구답게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곳들이다.



을 먹기 위해 들른 곳은 합리적인 가격의 한정식 집으로 유명한 담양애꽃이다. 이곳은 미리 예약전화를 하지 않으면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는 단점이 있다. 여행 전날에 예약전화를 해두었는데, 날짜를 착각한 직원 덕분에 예약을 하고도 기다리는 불행을 겪었지만, 빠르게 시정된 덕분에 기다렸던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예약전화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날짜와 시간을 두 번씩 확인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워낙 인기가 좋고 예약이 워낙 밀려드는 식당이다 보니 전화를 금방 툭 끊어버리는 아쉬움이 있다.



(떡갈비 냄비 옆에 어색하게 비어있는 공간은 음식이 하나 덜 나왔는데

사진을 찍어서 그런겁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허허)


라도 음식은 한상 거하게 차려져서 대접 받는 기분이 든다던데 그 말따나 먹을 게 풍부해서 좋았다. 본식도 본식이지만 함께 나오는 반찬이 건강하고 풍성한 맛이라서, 제대로 된 한정식 식당의 느낌. 사실 밥 먹을 때 밥+국+고기만 주구장창 먹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밥 한 술에 반찬 한 젓가락, 밥 한 술에 반찬 한 젓가락 무한 반복하는 사람이 있지 않는가. 후자에 속하는 나로써는 다양한 종류의 반찬을 접하는 것이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고, 또 맛을 보니까 더 배가 부르는 한 상이었다. 아, 하이라이트인 떡갈비는 그다지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그 기대를 충족시키는 맛도 아니었다. 떡갈비를 기대했다면 만족스러운 식사가 되지 않았을 것이기에, 담양의 맛 좋은 떡갈비를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비추함.


를 든든하게 채우고 보성으로 향했다. 녹차밭에 도착하기 전에 크리스마스를 챙겨본 적 없지만 왠지 타지에 나오니 감성에 젖어서 케익과 먹기를 좀 샀다. 서울이나 대도시처럼 대형마트가 원할 때 나타나는 환경이 아니고, 또 담양이나 보성의 사정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마트를 검색하여 녹차밭에 도착하기 전에 들렀다. 낭패를 겪지 않으려면, 마트 장소를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른 찻잎으로 뒤덮인 녹차밭의 모습을 상상한 사람들에게는 늦은 밤 보성에 가는 이유가 의아할 수 있지만, 겨울의 녹차밭은 또 다른 묘미가 있다. 바로 녹차밭 빛 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겨울철 12월부터 2월까지 약 한달하고도 보름 정도를 진행하는 빛 축제는 녹차밭 전체는 물론이고 바닷가에도 LED 조형물을 설치하는 일루미네이션 축제다. 다양한 빛 축제가 있지만 녹차밭 축제 또한 볼거리가 많다.

운 날씨에 덜덜 떨면서 거센 바람에 싸다귀 맞아가며 축제장소로 향했다. 그 많던 사람들은 어디 있다가 나타난 건지 보성녹차밭 근처에는 차가 꽉 막혀 움직이기도 어렵고 주차할 곳을 찾기도 마땅치 않다. 주유소 앞에 차를 세우고 어렵게 축제 장소로 입성했다.



인, 가족, 친구들의 사랑 메시지가 담긴 별이 달려 있는 긴 터널. 녹차밭으로 향하기 전 볼 수 있는 이색 장소다. 녹차밭 보다 더 이쁜 것 같기도 하다.





접 눈으로 보는 것 밖에는 설명이 불가한 녹차밭의 전경. 보는 것 외에는 딱히 할 것도 없는데 그냥 화려하다. 덜덜 떨면서 걸어 온 끝에 보는 게 이거란 말인가,라는 조금의 허탈감이 들었지만 동시에 세상은 넓고 내가 보지 못한 것은 무궁무진하구나,하는 자조감도 드는 순간이었다. 거대한 녹차밭을 수놓는 LED 전구를 볼 일이 내 생애 있을 줄이야 상상이나 했겠는가. 녹차는 마시는 줄만 알았지...


제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보성에서 운영하는 축제포털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차밭에서 나와 얼은 몸을 녹일 겸 카페에 들어갔다. 수제 양갱이와 수제 요구르트를 판다는 카페에는 이미 여러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 녹차밭 카페라는 지리적 위치답게 녹차 양갱, 녹차 아이스크림, 녹차 요구르트가 있었고 모든 메뉴를 다 시켰다. 개인적인 추천 메뉴는 녹차 양갱. 달면서도 녹차 향이 나서 좋다. 아이스크림은 우리가 알던 그 맛에 비하면 조금 밋밋하다. 프랜차이즈 카페 등에서 파는 녹차 아이스크림에 길들여진 혓바닥은 수제의 향기를 음미하지 못한다. 녹차 요구르트는 야구르트에다 녹차 분말 섞은 맛임. 근데 맛있다. 집에서 혼자 녹차가루에 야구르트 섞어 마셔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밭 빛 축제의 여파로 평상시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차밭 근처 숙소는 예약이 끝난 상황이었다. 그래도 숙소가 부족하여 낭패를 볼 만한 지경은 아니었다. 유명 음식점을 달가워하지 않은 것 만큼이나 숙소에 대해서도 좋고 나쁨을 가리는 성격이 아니라서, 일대의 숙박시설 중 위치나 가격 면에서 우리와 잘 맞는 곳을 몇 가지 정리해보았다. 최종 선택은 바닷가가 한 눈에 보이는 '녹차나라펜션'이었지만, 조사한 게 아까워서라도 재차 정리해 봄. 좀 더 최근의 내용이나 방 정보는 각각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를 참고 가능함.


 시설명

 이야기 짓는 한옥, 소원

로뎀펜션 

녹차나라 펜션 

휴플러스 펜션 

 가격 (4인 기준) 

 큰방 8만원, 큰방+작은방 12만원

Room 5/6 12만원 

8만원 

12평형 온돌 11만원, 15평형 황토 독채 15만원

 녹차밭에서 소요시간(차로 이동)

 20분

15분 

15분 

17분

 전화번호

 061-853-5001

062-522-9600

010-3638-7557 

061-853-2533

 비고

한옥 테마펜션

유럽풍 펜션

복층

황토방 있음(전체X)


차나라펜션 같은 경우에는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심지어 주인 아저씨가 직접 펜션을 지었다고 함.) 시설이 굉장히 깨끗하고 쾌적했다. 더불어 가격면에서는 제일 싼 편이었지만 복층으로 된 구조가 넓고, 바닷가가 한 눈에 들어와 조망도 상당히 좋았다. 그런데 녹차나라펜션의 최대 단점은, 위치가 산(?)을 타고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소형차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이다. 여행이 코 앞인데 렌터카를 빌리느라 소형이나 경차가 아닌 중형차 밖에 없었던 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주위에 불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주인 아저씨의 1톤 트럭만 따라 가려니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 따로 없었다. (네비게이션 찍어보니 산 한 중턱이 나와서 주인 아저씨가 픽업 옴. 저 멀리서 비상등 깜빡깜빡하는 아저씨를 따라 부스터 달며 올라가보니 펜션이 있었다.) 도로 공사를 할 예정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차갑지만 부지런한 아저씨의 손길을 거쳐,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을 지도 모르니 개별적으로 확인해보는 게 좋을 듯.


내 1박2일 여행에서 어느 정도의 지출이 적당한 지는 알 수 없지만, 쇼핑 등 기타 개인적인 지출을 제외하고 공통 지출 내역만 정리해보면 약 12만원 가량이 나왔다. 아래는 구체적인 지출 내역임. 가감 없다. 가장 많은 지출 내역을 차지한 부분부터 정리하였는데, 교통비가 과반 이상이었다. 차량 렌트 비용(120,000)을 제외하고 톨게이트나 LPG 등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였다. 특히 톨게이트 비에서 생각보다 지출이 많음.



양·보성 1박2일 겨울여행 지출내

통 : 238,770원 (51.5%)

비 : 98,570원 (21.2%)

소 : 80,000원 (17.2%)

식비 : 34,550원 (7.4%)

장료 : 12,000원 (2.6%)

   계 : 463,890원

인 부담금 : 약 116,000원

1인 당 회비 100,000원에서 시작하여 초과 금액이 다소 발생함.



씨도 춥고, 원하는 것을 다 보지 못한 여행이기도 했지만 국내여행 경험이 많지 않은 내게는 새로운 여행에 대한 긍정적 동기를 부여해 준 1박2일이었다. 세계는 넓고 경험할 것은 많다. 그 중에서도 내 나라 안에는 정말 무궁무진한 것들이 있다고 느낀 여행이었다. 나이가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어딘가 멀리 이동하는 것, 시간이 참 아쉽게 느껴지는데 좀 더 부지런하게 국내여행을 더 다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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