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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_01] 2박3일 관광 : 감천문화마을, BIFF미드나잇패션
2014-10-03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도 구경할 겸 부산으로 향했다. 내일로 여행자를 포함한 뚜벅이 여행객들은 물론이고 국내 관광객들 사이에서 단연 으뜸으로 손꼽히는 부산을, 2박3일 동안 충분히 즐기기엔 부족할 지도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영화제와 지역 관광을 어우르는 일정을 짜고자 했다.
2박3일 부산여행 일정
첫째 날
: 부산역 도착 → 숙소 체크인 → 감천 문화마을 → 센텀시티/영화의전당 → '미드나잇패션' 관람(하늘연 극장)
둘째 날
: 영화의거리 → 남포동 자갈치시장 → 국제시장 → 문화관광 테마거리 → 메가박스 부산극장(GV참석) → 광안리/광안대교
셋째 날
: 태종대 → 산복도로 버스투어(안창마을/초량 이바구길 등) → 부산역 출발
도시촌년이 처음으로 부산에 도착. 10월의 부산은 춥지도 덥지도 않은, 여행하기에 딱 적당한 날씨였다. 소란스러운 부산 사투리를 잔뜩 듣고 싶었지만 첫 날은 역에서 관광지로 다시 영화제로 가는 루트였기 때문에 부산사투리는 커녕 부산사람도 거의 보지 못했다.
반가워 꿀꿀 ^(ㅇㅇ)^
숙소는 서면역 근처에 있었다. 서울에서 KTX를 타고 이동한 지라 부산역 가까이에 숙소를 잡고 싶었지만 부산국제영화제 참석으로 인하여 숙소를 잡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어쩔 수 없이 서면역으로 잡긴 했지만 이동 동선이 길어진 게 오히려 부지런히 움직이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파리바게트와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파리 베이커리 :p
시간상 숙소에 체크인을 할 수가 없어서 일단 짐을 맡겨두었다.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바로 감천 문화마을로 향했다. 감천문화마을은 부산여행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짤 때부터 가장 1순위로 생각해둔 곳이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은 민관이 공동으로 주최가 되어 낙후된 지역을 문화콘텐츠를 결합시켜 문화공간이자 관광명소로 탈바꿈한 긍정적 사례라는 점인데, 실제로는 어떻게 운영이 되고 있는 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숙소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했는데, 감천문화마을 바로 앞에서 내리는 버스를 찾지 못해 언덕길 아래에서 내려야 했다. 어딘지 모르고 우왕좌왕하고 있자 파이팅 넘치는 부산아지매들이 앞다투어 정류장을 알려준다. 한 정거장 앞서서 내릴 뻔한 젊은 청년들을 붙잡고 다음 정류장까지 인도해주신 아지매들bb
감천문화마을과 관련하여 홈페이지가 운영되고 있는데, 다양한 활동과 구성에 대해서는 감천문화마을 입구에서 판매하는 지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도는 유료판매지만 내용이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고 방문 스탬프를 찍는 란도 있으므로 돈을 아까워하지 않고 구매를 하는 게 좋다. (방문 스탬프는 총 9개인데 다 모으면 나중에 엽서를 선물로 받을 수 있다.
언덕길을 올라가며 마주친 풍경. 낡은 미용실의 모습이 좋다. 오사카 국제시장 근처에 있던 미용실도 생각나고. 저런 공간을 보면 'TV소설'이라고 방송에 종종 나오던 일일드라마가 생각난다. 나에게는 영상매체로만 접해본 적 있는 것들인데도 묘하게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해 느끼는 젊은이의 향수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사람은 본디 아날로그적인 공감하도록 되어 있는걸까?
감천 문화마을로 가는 방향에서 역주행을 하면 비석문화마을이 있다. 시간관계상 비석문화마을은 패스하고, 감천 문화마을로 향했다. 부산에 갈일이 많아진다면 하나하나 찬찬히 돌아보고 싶은 것들.
입구에서 지도를 사서 감천문화마을 내부로 들어왔다. 감천문화마을은 여유를 두고 찬찬히 돌아봐도 1~2시간이면 볼 수 있는 조그만 공간이다.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과 문화공간(아트샵, 공방, 갤러리 등)이 공존하고 있다. 건물에도 벽화와 조형물이 섭섭하지 않게 들어차있는 공간이다.
빈 벽을 채우고 있던 낙서들. 알맞은 공간에 마음을 담은 글은 낙서가 아니라 정감가는 메시지가 된다.
감천문화마을은 이제 부산의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한 모양이다. 사람들이 바글바글. 공간을 채우고 있는 감성만 사람내음을 풍기는 게 아니라 실제로도 주민들이 거주하는 생활공간이므로, 관람에 있어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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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마음에 든 사진. 생각에 차 있는 남자의 모습이 담긴 벽화와 그 밑을 지나가는 아이의 모습.
면(面)사무소가 아닌 면(麵)사무소.
1박2일에 출연하여 유명세를 탄 바 있는 조형물. 그 및으로 조금만 더 내려오면 평화의집과 빛의집을 만나볼 수 있다. 빈 집을 활용하여 조성된 공간인데 예술작품이 인상깊다.
졸린 듯..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것 같은 강아지. :p
산 비탈길에 촘촘하게 자리잡은 알록달록한 집들. 강을 따라 지나면서 보았던 포르투갈 리스본의 모습을 닮아있기도 하고, 전쟁 속에서 삶의 터전으로 자리잡은 고난의 역사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감천(甘川)의 옛 이름은 본디 감내(甘內)였다고 한다. '감'이라는 말은 신(神)에서 비롯된 것이고, 천은 말 그대로 내 천(川)자에서 따온 것이다. 다른 유래로는 물이 좋아서(달아서) 감천이라고 했다고 하는데, 이름조차도 투박하기 짝이 없다. 그 속사정과는 별개로 빼곡히 들어찬 집들이 참으로 예쁜 곳이었다.
해가 질 때 즈음에 센텀시티에 도착했다. 해운대가 바로 근처인 센텀시티에는 2011년에 개관한 영화의전당 건물을 비롯하여 각종 영화제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저녁을 먹기 위해 인근 식당에 들어가 돼지국밥을 시켰는데, 밖에서는 꺅꺅하며 극성 팬들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여실하게 들려온다. 개관 직후에는 부실공사로 골머리를 앓았던 모양인데 실제로 가보니 상당히 근사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미드나잇패션' 프로그램은 영화제에서는 빠지면 섭섭한 심야영화 프로그램을 칭한다. 자정을 기점으로 총 3편의 영화를 연달아 틀어주는 프로그램인데, 단돈 만원이면 예매가 가능한데다 예매경쟁에서 비교적 '널널한' 편이라 시간은 없지만 영화를 많이 보고 싶은 영화팬들에게 강력추천한다. 혹은 숙박대란 속에서 숙소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불편할 지라도 눈을 붙히기 위해 찾기도 한다. 미드나잇패션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절대 잠들 수 없는 영화를 선별하는 데에도 꿋꿋이 잠든 사람들은, 주위에서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놀라도 부동자세로 꿀잠을 자곤 한다.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하늘연 극장. 이 날의 미드나잇패션 프로그램에서는 한 편의 한국영화와 두 편의 외화가 상영되었다. 세 편 다 관객들의 비명을 이끌어 낸 공포영화들. 특히 감독과 출연진이 무대인사까지 진행했던 한국영화의 경우 수위가 어찌나 높은 지 정신을 쏙 빼놓았다. 아래 세 편이 내가 관람했던 영화들인데 한 편도 빠짐없이 '어마무시'했다. 공포영화 매니아라면 혹은 더운 여름 날에 공포영화를 보며 더위를 이겨내고 싶다면 추천한다. 슬래셔 무비를 좋아한다면 라이브TV를, 데드캠프 류의 영화를 좋아한다면 이그지스트(Exists)를, 이전에는 본 적 없는 그런 공포물을 원한다면 보고 난 뒤에 "이 영화 정체가 뭐야?"라는 의문이 떠오르게 만드는 소름(Creep)을 추천한다.
영화를 보고 나오니 어느덧 새벽 5시 쯤. 첫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비척비척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등 뒤에서 쏟아져나온 한 무리의 외국 청년들이 잠기운도 모두 달아났는 지 쌩쌩한 목소리로 영화에 대한 열변을 토한다. (지금 확인해보니 평점은 제일 낮지만, 당시 임팩트가 강했던 건 아무래도 이그지스트였던 거 같다. 영화관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놀랐다.)
다음 날 여행을 위해서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쓰러져 잠이 들었다. 감천문화마을과 영화의전당은 의미있는 공간이고 또 기대한 만큼 근사했지만, 부산의 얼굴을 마주한 것은 둘째 날 남포동에서였고 여행을 마친 지금도 남포동에서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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