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_03] 2박3일 관광 : 태종대, 산복도로 버스투어

2014-10-05


2박3일 간의 여행에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관광을 잘 녹이기 위해 나름대로 영화관과 영화제 프로그램을 동선 안에 넣은 루트를 짜봤지만, 부산은 아무래도 짧은 기간 안에 모두 보기에는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마지막 날에는 버스투어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훨씬 효과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23일 여행 


첫째 날

부산역 도착 → 숙소 체크인 → 감천 문화마을 → 센텀시티/영화의전당 → '미드나잇패션' 관람(하늘연 극장)

둘째 날

영화의거리 → 남포동 자갈치시장 → 국제시장 → 문화관광 테마거리 → 메가박스 부산극장(GV참석) → 광안리/광안대교

셋째 날

: 태종대 → 산복도로 버스투어(안창마을/초량 이바구길 등) → 부산역 출발


찌감치 체크아웃을 하고 태종대로 향했다. 태종대는 원래 시간이 남으면 다녀오려고 남겨두었던 곳이다. 거리 상으로 숙소나 부산역하고 떨어져 있어서 과연 갈 시간이 있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예약된 버스투어 전에 시간이 남아서 부지런히 움직였더니 마지막 날 오전을 이용하여 시간이 났다.



람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불었다. 카메라가 날라갈까 걱정이 될 정도..^^; 태종대 앞에는 핫도그나 길거리 음식 등을 파는 곳이 있었는데 그 바람에 날라가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주말 오전에도 사람들이 제법 많아서 태종대 앞을 통과하자마자 바글바글. 그 많던 사람들은 모두 태종대 안에 있는 다누비열차 매표소 앞으로 가버리고, 우리는 걸으며 천천히 돌기로 결정. 다누비열차를 타면 발은 편하지만 태종대가 그닥 크지도 않고 걸으면서 보는 것도 공기 맑고 좋다. (물론 다누비열차를 타보지 않았기 때문에 탔을 때의 이점은 잘 모름..)



태종대 지도는 대략 이렇게.



른 하늘과 푸른 바다가 정말 아름다웠던 태종대. 예전에는 신혼부부들의 단골 신혼여행지였다고 한다.



종대 안을 걷다보면 절이 나온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던 절. 분위기에 눌러서 조용조용 들어가 사진을 찍고 왔다. 여행하다가 절이며 이런 공간을 마주할 때마다 종교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들을 내려놓고 수박 겉핥기 일지라도 공부해보는 게 좋을 거 같다.


부산여행에서 내가 뽑은 베스트샷. 또 가고 싶다!





이건 두번째 베스트 샷. 바다와 하늘, 그리고 부산. :)





종대에서 바람이 어찌나 불었는지 쏴아아-하는 바람 소리와 나무가 부딪치는 소리가 귀에 왕왕했다. 바다 색은 짙푸른 색과 에메랄드 색으로 양분되어 정확하게 반으로 가른 모양이었다. 같은 바다의 색이 어찌 그렇게 다를 수 있을까 싶다.


종대를 돌아보고 나서 예약해둔 산복도로 버스투어를 향해 갔다. 예약을 해둔 게 제법 옛날이라 당일에 확인 전화가 올 줄 몰라서, 카페에 있다가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예약 시간에 딱 맞춰 가려고 미팅포인트인 부산역 근처 카페에 있었는데 전화를 받고나서 부리나케 뛰어나갔다.



복도로 버스투어는 부산시에서 운영하는 버스투어 프로그램이다. 시 공무원을 비롯하여 현지인이 가이드가 되어 미니버스를 타고 투어를 진행한다. 투어는 주말동안 이루어지는데 토요일과 일요일이 각각 루트가 다르다. 매축지마을, 안창마을, 이바구공작소, 김민부 전망대 등 부산의 이바구길을 중심으로 투어가 이루어진다. '이바구'는 부산 말로 '이야기'를 뜻한다고 한다. 그 단어만큼이나 이야기가 풍부한 투어다.

스투어는 아마도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 생각된다. 산복도로 르네상스란 산복도로 근방 생활권이 인구 감소와 삶의 질 하락 등 침체의 위기를 겪자 그 지역을 살리기 위하여 공간과 생활, 문화 측면에서 재생산을 강구하고자 한 사업이다. 산복도로란 "해발 70m이상 지역에 개설된 주거지 및 연계 교통기능의 도로로서 연속되는 도로연장이 2㎞ 이상의 도로"로, 산복도로 근방 생활권이 침체되는 것을 우려하여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이 이루어졌다. 사업 대상권역은 구봉산, 엄광산, 천마+구덕산이며, 이를 행정구역으로 나누면 "6개구/ 43개동(중구, 서구, 동구, 부산진구, 사하구, 사상구)"에 이른다고 한다. (본 내용은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그램 관련 사이트에서 확인했다.)




니버스를 타고 20명 남짓의 사람들이 이동했다. 예약은 인터넷으로 손쉽게 할 수 있다. 이 날 투어 중에 외부 관광객은 우리 일행 밖에 없었는데, 그 날이 처음 투어를 진행하는 거라는 가이드 분이 우리 때문에 심하게 긴장을 하셨다. 우리가 서울에서 왔다는 게 상당히 부담이 되신 것 같다. 부산 사투리로 가이드가 진행되었는데(가이드 분은 표준어를 사용하려고 많이 신경 쓰셨지만 우리가 듣기에는 영락없는 부산말이었다ㅎㅎ) 많이 긴장하긴 하셨지만 그래도 명확하게 내용을 짚어주시려고 노력하시는 게 느껴졌다.






산에는 전쟁과 함께 조성되었다가 지금은 쇠퇴한 마을의 모습들이 많이 남아있다. 병참 기지 등으로 사용되었던 공간은 이제 새로이 태어나려고 하고 있고, 낡은 삶의 터전들은 이제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되어 기억에서 '기록'으로 변하고 있었다.


알록달록한 아파트. 마치 블럭으로 만든 것 같은 도시.


상 깊었던 공간은 안창마을이다. 안창이라는 이름 대신 '호랭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자 한다는 곳. (안창마을은 원래 호랑이 마을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문화이벤트를 진행하고자 했는데 호랑이라는 이름이 이미 다른 지역에 의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부산의 색채를 입혀 '호랭이'라고 정했다고 한다.)

화공간이 조성되었지만 찾는 사람은 미비한, 주민들이 돌아가며 도서관을 지키고 있는 곳. 아주 조용하게 흘러가는 그 곳에는 가난한 학생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던 고깃집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공방으로 향했다. 버스투어 프로그램에 포함된 공방 체험시간이었다.



양파즙으로 색을 내었다는 손수건. 안창마을 도장을 꾹 찍었다.




방에서는 손수건 말고도 다양한 천 염색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공방이 준비가 되지 않은 모양인지 시간 때문인지 염색은 해보지 못했다. 대신 그 때 받아온 손수건은 아직도 잘 보관 중이다.


방을 지나 김민부 전망대로 향했다. 버스투어는 버스 안에서 단순히 이야기를 듣고 이동하는 것에 지나지 않고 공방체험이라든지 편지 보내기라든지 다양한 활동도 포함된다. 김민부 전망대에서는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엽서를 보내면 일 년 뒤에 발송이 된다고 하는데 이사를 온 지금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p 아무튼 다양한 활동을 제공하려고 고심한 흔적이 느껴지는 투어였다. 



량 이바구길을 둘러 보면서 직간접적으로 접하던 부산의 모습과는 다른 것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버스투어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현지인들이 더 많이 이용하는 모양이었다. 콘텐츠가 상당히 좋으면서 가격은 얼마 안 하니 관광차원에서 키워도 좋을 것 같다. 재미있던 점은 부산사람들이 아직도 서울에 대한 일종의 거리감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 투어 내내 우리를 의식하고 서울과 부산을 비교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어는 옛 백제병원 건물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사진 백업이 잘못 되었는지 백제병원 사진은 찾아볼 수가 없다 (흑흑) 백제병원 옆에는 커다란 마트가 위치하고 있는데 그 마트의 주차장이 있는 곳이 옛 남선창고였다고 한다. 지금은 벽 한 쪽 밖에 남아있지 않다. 남선창고는 최초의 물류창고로 역사적 가치가 높은 곳이지만 보존 과정에서 개인에게 땅이 팔리면서 지금은 벽 밖에 남아있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


제병원 앞에서 그 날의 가이드 분에게 인사를 하고, 차이나타운을 돌아보았다. 부산역 근방에 있는 차이나타운은 나름대로 맛집으로 유명한 곳인 모양이었다. 겉에만 보면 다른 지역 차이나타운에 비해 큰 특색이 있지는 않다.

차 시간이 남아 있어서 추천 받은 불백을 먹었다. 차이나타운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다가 미용실 등 낡은 가게가 있는 골목으로 꺾어 올라가다 보면 불백집이 조르륵 위치하고 있는 곳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중에 아무데나 들어가서 먹어도, 서울에서 먹는 불백보다 훨씬 맛있다.

2박3일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식사를 마치고 기차에 올라타고 나니 완전히 기운이 다 빠져 있었다. 서울로 돌아가는 기차에서, 부산을 조만간 다시 오게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여행을 한 번 갔다온 곳은 다시 찾지 않는 나지만 부산은 살면서 계속해서 찾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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