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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_02] 2박3일 관광 : 남포동, BIFF거리와 GV
2014-10-04
2박3일 부산여행 일정
첫째 날
: 부산역 도착 → 숙소 체크인 → 감천 문화마을 → 센텀시티/영화의전당 → '미드나잇패션' 관람(하늘연 극장)
둘째 날
: 영화의거리 → 남포동 자갈치시장 → 국제시장 → 문화관광 테마거리 → 메가박스 부산극장(GV참석) → 광안리/광안대교
셋째 날
: 태종대 → 산복도로 버스투어(안창마을/초량 이바구길 등) → 부산역 출발
부산여행 이틀 째. 숙소(서면역 근처)에서 바라본 부산의 전경. 이 때 이후로 최근에 부산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 때는 바다와 인접하여 고층 빌딩으로 둘러싸여있는 마린시티 근방에 주로 있었던 지라, 부산은 참으로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아래 사진에는 그 다양한 부산의 모습이 담겨있는 것 같아 좋다. (비록 바다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본격적인 부산여행이 시작됐다. 일단은 영화의거리를 비롯하여 국제시장과 자갈치 시장 등이 있는 남포동으로 향했다. 센텀시티에 대형 영화관이 있는 영화의전당이 있지만, 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영화 상영은 해운대(센텀시티) 지역을 포함하여 남포동에 부산극장, 메가박스까지 부산 여러 지역에 걸쳐 상영관이 분포되어 있다. 영화의전당이 개관하고 난 이후에 주요 행사가 센텀시티 근방에서 이루어지게 되면서 남포동은 다소 거리감이 있어진 모양이지만 그래도 부산국제영화제를 충분히 즐기기 위해서는 전방위로 포진된 영화관을 이동하며 영화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왼편으로 메가박스 부산극장의 모습이 보인다. 아래 사진이 건물 전경.
영화의거리가 있는 이 곳에는 사람들이 정말 어마어마했다. 어제의 감천문화마을은 새팔에 피였을 정도로 관광객이 바글바글. 부산의 명물이라는 씨앗호떡도 이 곳에 여러 점포가 있는데 줄이 길어서 감히 먹어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기다리고 줄 서는 거 정말 싫어함)
나랑 같이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은 대체 땅바닥 사진은 왜 자꾸 찍냐고 묻지만 공간을 구분짓고 이름을 명시해 놓은 바닥은 안 찍고는 못 배긴다. 게다가 누가 가져다 놓은 것처럼 찍힌 풀을 보라. 바닥에 새겨진 것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떨어져 있던 풀이다. 으하하. 앞만 보고 여행하는 사람들도 가끔은 바닥을 내려다 봤으면. :)
영화의거리에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역사를 한 눈에 조망해볼 수 있는 시설물이 있었다. 사실 이것 외에는 영화의거리라고 명명한 이유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람이 워낙 많은데다가 소란스러워서, 찬찬히 돌아볼 여유가 전혀 생기지 않았다. 사진만 찍고 도망치듯이 거리를 빠져나왔다.
아침부터 일찍 움직였더니 허기가 져서 눈에 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다. 부산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부산밀면을 시켜놓고 보니, 나름대로 유명한 집인 모양이었다.
만두까지 맛이 일품. 부산밀면은 정말이지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오묘한 맛이다. 나중에 물어보니 밀면이라는 이름의 '밀'이 의미하는 바가 '밀가루'라는데, 서울에서 먹는 쫄깃한 면발과 다르게 면발에 끈기는 별로 없지만 그 국물의 맛이 정말 독특했다. 마시고 있어도 맛이 궁금해지는 맛. 가끔씩 부산을 떠올리면 입에 침이 먼저 고이는 이유가 바로 이 부산밀면 때문이다.
정신없이 먹고 있는데 식당 안이 금세 만원이다. 점심 때에 허기진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와 빈 자리에 앉는다. 마치 당연한 듯이 혼자 먹고 있는 사람 앞에 자리를 채우고 앉는데 그 모습이 너무 익숙해서 지인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라 저절로 눈이 갔다. 택시 동승도 꺼리는 사람이 많은데 생판 남하고 얼굴을 맞대고 밥을 먹는다니. 얹히지나 않으면 신기할 일인데 말이다.
부산밀면과 만두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나서 다시 걸음을 옮겼다. 영화 "국제시장"의 성공으로 관광객들이 물밀 듯 찾아와 몸살을 앓고 있다는 바로 그 국제시장. 온갖 잡화를 팔고 있는 곳은 규모도 규모였지만 정말 다양한 것들을 팔고 있어 평범한 시장이지만 나름의 볼거리가 있었다. 사실 관광 기념품 보다는 잡화의 성격이 강한 물품을 다루는 곳이라, 분에 넘치는 관광객의 방문은 독이 될 만한 곳이다. 여러 번 매체에 나와서 고충을 이야기했는데 지금은 국제시장의 모습이 어떻게 변했을 지 궁금하긴 하다.
온 몸으로 '영화의 도시다!'라고 외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거리.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국제시장 안내도. 찬찬히 걸으며 돌아보기에 좋던 곳...이었는데 지금도 그럴 지는 잘 모르겠다.
국제시장을 빠져나오면 바로 보수동 책방 골목과 마주한다. 책방 골목은 중고 서적을 다루는 상점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작은 골목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헌 책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은 곳. 상대적으로 관광객이 적지만 이 곳도 책을 사지는 않고 둘러보기만 하는 사람들 때문에 책 구매를 위해 찾은 사람들에게는 불편을 야기하는 모양이었다. 사실 골목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주 작은 거리라서, 좁은 길목을 3~4명 정도만 서서 막고 있어도 금세 정체가 유발된다.
"사람이 만든 책보다 책이 만든 사람이 더 많다."
또 찍었다. 바닥 사진.
부산 거리. 느낌이 좋아서 그냥 찍었다.
걷다보니 자갈치시장에 도착.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정감있게 써져 있고 해산물은 싱싱하지만, 용산 가는 것도 벌벌 떠는 호갱님은 자갈치시장 상인들이 아무리 불러도 휙하니 돌아섰다. 수산시장이지만 실내인데다 워낙 깔끔해서 비린내가 적다. 신기. 자갈치시장 건물 밖으로 나서면 바다를 마주볼 수 있다.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바닷바람을 맞고 있기에 나도 멀리 보이는 다리와 바닷물을 한참 바라보았다.
자갈치 시장을 돌아보고 영화 시작 시간 전까지 카페에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언어도 교통도 불편할 일이 거의 없는 국내여행은 시간이 남더라도 난감하지가 않다. 상대적으로 정보나 기회가 적은 해외여행의 경우 시간이 남거나 모자르면 조바심이나 긴장감이 들곤 했다.
영화시작 시간에 다가와서 다시 영화의거리로 향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프로그래머들의 고심의 결과로 다양한 영화의 상영이 이루어지고 있다. 2박3일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부산관광과 더불어 영화제를 경험해야 했기 때문에, GV가 포함된 영화를 골랐다. 더불어 첫 날이 해운대의 센텀시티 상영관이었으니 둘째 날은 남포동에 있는 상영관으로 선택하려고 계획을 짰다. GV는 'Guest Visit'의 약자로 영화 감독과 배우(는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있음)가 상영 후에 관객과의 질의응답 또는 (사회자를 동반한)인터뷰 시간을 갖는 것을 말한다.
시간대와 화제성 여러가지를 고려하여 명량 GV를 찾았다. 명량은 하도 많은 사람들이 보고 이야기하던 영화라 이번 기회에 GV를 겸해 처음으로 감상하였다. 할말은 많지만 하진 않겠다. 영화도 GV도 좋은 기억은 아니라서.
이 날 GV장소에는 감독과 배우진을 위하여 일부 팬들이 케익을 준비했고, 감독을 따라다니던 다큐멘터리 촬영진이 연신 카메라를 찍었다. '관객과의 대화'라는 GV의 성격보다는 팬들을 위한 시간이라는 느낌이었기 때문에 질문도 별로 없었고, 이 때문에 다큐멘터리 촬영팀에서는 '질문이 많아보이도록 다같이 손을 드는 장면을 찍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질문 있으신 분?"이라는 말에 관객들이 다같이 손을 들고 '저요! 저요!'를 외치는 장면을 찍어갔는데 그게 다큐멘터리 안에 나왔을 지는 모르겠다.
남포동을 뒤로하고 광안대교를 찾았다. 해변이 가까운 항구도시 근처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긴 하지만 바다는 볼 때마다 늘 새롭다. 특히나 좋아하는 건 밤바다를 걷는 거다. 푸르다 못해 까만 바닷물이 어둠 속에서 철썩철썩 소리를 치며 밀려내려오는 모습. 유학시절에 한국이 그리울 때나 마음이 답답할 때면 친구와 함께 어두운 바다를 바라보며 정처없이 걷곤 했다. 그 바다는 크지 않아서 아무리 걸어도 언제든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 때의 바다는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위로받는 기분이 들곤 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밤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 때처럼 안정감이 든다.
카메라를 들 생각도 잊고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다 보니 건진 사진은 이거 한 장. 연인의 모습이 담기긴 했지만 누군지는 모르옵니다. :p
오들오들 떨며 바닷가를 거닐다가(바닷가는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날씨가 선선하여도 겉옷을 든든하게 챙기는 게 좋다.) 횟집과 고깃집이 즐비한 곳에서 두부전골을 먹었다. 나오면서 컵을 깨뜨렸는데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사장님께 사과드립니다. 유리컵도 아닌 플라스틱 컵을 떨어뜨려 깨뜨린 손님은 나밖에 없을 듯... 광안리에서 회도 마다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밤바람의 여운으로 그 날은 정말 깊은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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