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JUL

[Budapest] 배낭여행 중에 있던 하루의 호화여행

2012-08-18


은 배낭여행객들에게 꿈의 도시라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동유럽 국가들은 유럽연합에는 속하지만 통화는 유로 공통화폐를 사용하지 않는다. 폴란드에서 만난 친구는 '그 덕분에 동유럽 국가의 경제는 유럽의 경제위기와는 무관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자평했지만, 동유럽 국가의 경제수준이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취약하기 때문에 화폐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다. 때문에 동유럽 국가들에서는 다른 유럽의 도시들을 여행하는 것에 비하여 체감하는 물가 기준이 상당히 자비로운 편이다.



씨도 화창하고 설레던 여행 날. 사실 동유럽을 여름에 여행하는 것은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다. 날씨가 몹시 더운 데다가 체코 같은 나라는 습도까지 높아 낮에는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다. 그러나 장기간 이어지는 여행으로 뜨거운 여름해에 대해서는 거의 체념 상태에 있던 나는 쾌청한 하늘을 보며 좋다고 셔터를 눌렀다.




다페스트 명물 장미 꽃잎 아이스크림. 이젠 한국의 인사동 거리에서도 장미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세계는 하나! 이제는 어쩌다가 한 번 외국 나가서 먹어보고 경험해 본 걸로 소위 '유럽부심', '미국부심' 등을 부릴 수 없게 됐습니다, 여러분! (농담)



을 잘게 찢어 흩뿌려놓은 것 같은 구름이 인상적이다. 동유럽의 건물들은 오래되었고 고전적인 양식이 특징이다. 거리가 상당히 아름답다. 화려하진 않지만 고전미가 느껴짐.


씨가 너무 더워 갈증이 난다. 평상시는 물론이고 여행할 때도 물을 잘 마시지 않는 나지만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마트를 찾았다. 마트에서 가볍게 장을 보는데 가격이 일(1)의 자리 수까지 있다. 물론 화폐 단위는 1의 자리 수까지 있지 않음. 계산할 때는 반올림해서 계산한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가격 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마트 얘기가 나와서 생각난 건데 한국인들이 유럽에서 장을 보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바로 '생수(물)' 구매다. 유럽에서는 소위 탄산수를 쉽게 접할 수 있는데, 최근에 들어서는 우리나라에서도 탄산수 소비가 늘고 있는 모양이지만 한국인 입맛에는 아직 낯설다. 게다가 아무런 맛도 없이 맹물에 탄산이 가미된 건, 표현하기 힘든 오묘한 맛이다. 물론 겉 외양만 보면 일반 생수와 구분하기 어렵고, 가격은 일반 생수보다 싸다. 그래서 인지 탄산수를 구매했다가 맛을 보고는 버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점원에게 물어보거나 잘 확인한 뒤에 살 것. (단순한 외양만으로는 구분이 거의 불가능하다.) 일부 사람들은 살짝 따본 뒤에 칙-하는 탄산 소리가 나지 않는 것으로 구매한다고 하는데 '어글리 코리안'을 먼 유럽까지 전파하고 싶지 않다면 제발 참아주길.



트에 표기된 가격표 말고도, 헝가리의 특징 중 하나는 검표가 무지하게 빡세다는 점이다. 한국을 포함한 일반적인 국가에서는 표를 넣으면 게이트가 열리는 자동 시스템을 사용하는데, 헝가리의 경우에는 스탬핑을 하는 기계가 몇 대 놓여있고 그 사이사이는 아무런 막음 장치도 없이 뚫려있다. 다만, 빈 자리를 메우는 건 기계가 아닌 사람이다. 헝가리의 경찰들이 너댓명 씩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하나하나 검표를 한다. 무임승차를 하다가 걸리면 어마어마한 벌금을 물게 된다는데, 표를 분실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대중교통 역마다 유니폼을 차려입은 경찰이 상주하고 있는 모습은 상당히 위압적이다.




시무시한 검표를 뚫고, 부다페스트 여행 전부터 벼르고 있던 세체니 온천으로 향했다. 그 동안 쌓여있던 여행독을 한 방에 해결하기 위해 한국에서도 안 해본 온천을 여행 코스에 넣은 것이다.



체니 온천은 마치 테마파크처럼 조성되어 있다. 역에서 내려 온천으로 향하는데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간단한 점심을 해결하거나 배를 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띤다. 여유가 넘치는 사람들. 베니스 느낌 나는데 건국대 호수에서 카누 타는 거랑 스케일은 비슷하다.

체니 온천에 입장.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는데 야외 대형 풀장과 실내 풀장으로 나뉜다. 실내는 풀장의 종류가 좀 더 많고 1인 사우나 장도 있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서 온천을 즐기는데, 한국인의 정서(?)에는 수온이 좀 낮다. 뜨끈한 물에 몸을 지질 순 없었지만 풀장에 몸을 맡기고 있으니 노곤노곤 마음이 풀어졌다. 하지만 동양계가 극히 적기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을 감수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친구랑 걸어가는데 뒤에서 소리쳐 부르거나, 털이 북실북실한 남정네가 팔을 벌리고 다가오기도 했다. 무시하고 치킨버거나 먹으면서 놀았다. 세체니 온천 내의 물가만큼은 탈(脫) 부다페스트 수준으로, 전 세계 어딜가나 유원지 내 바가지는 동일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가 지면 이렇다. 조명 아래서 물 마사지를 하다가 밖으로 나왔다. 해가 지고나니 날씨가 한결 서늘해졌다. 



녁을 간단하게 해결하고 크루즈를 타러 왔다.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유럽 3대 야경(프랑스 파리, 체코 프라하,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유럽의 3대 야경이라고 칭한다.) 중 하나로, 크루즈를 타고 보는 게 정말 압권이라고 한다. 호스텔의 도움을 받아 크루즈를 예약하고 시간에 맞춰 오니 잠시 대기하란다. 미팅포인트였던 곳은 호텔이라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며 사진을 찍었다. 샹드리에가 정말이지 근사했던 커다란 호텔. 나중에 유럽에 오게 된다면 이런 곳에서 묵으리! 이런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야경을 찍는 내 카메라에 웃으며 손을 흔들어준 아저씨. 유럽여행 중엔 이런 일이 흔하다.



루즈를 타러 정말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모였다. 한 무리의 스페인 가족들이 스페인어로 조잘조잘 떠드는 것을 귀동냥으로 훔쳐 들으며 친구와 함께 크루즈 안으로 이동했다. 야경을 볼 수 있는 크루즈는 샴페인 등 간단한 음료를 제공하는 것과 저녁 식사(뷔페)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뉜다. 우리는 저녁을 미리 해결한데다 뷔페의 수준이 감탄할 만큼은 아니라고 하기에 샴페인으로 택했다.




페인 마시며 크루즈 타기. 안 어울리는 허세를 부리면서 친구랑 샴페인 잔을 몇 번이고 부딪쳤다. 부다페스트 야경에서 단연 돋보이는 부다지구의 모습. 도나우 강을 따라 지나면서 샴페인 잔에 담아 보았다. 아직 술의 즐거움을 알만큼 인생을 경험해보지 못한 터라 샴페인이 달게만 느껴졌다.







콤택트 디카로 담아도 물 위에 뜬 보석처럼 화려하게 찍히는 왕궁의 모습. 정말 어마어마했다. 3대 야경을 모두 경험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부다페스트의 야경이 단연 최고였다.


다페스트를 여행할 쯤에는 여행이 상당히 진행되어서 여독이 진득하게 쌓여있었다. 어딜가도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할 정도여서, 부다페스트 여행이 계속 기대됐다. 여독을 풀기 위한 나름의 '사치 여행'이었지만, (야경을 위한 크루즈에 온천, 게다가 걷는 걸 최소화하고 무조건 대중교통을 이동했다.) 이 날 하루 겨우 3만원 남짓을 썼다. 서울에서는 저녁 식사 값으로 날려버릴 수 있는 돈을 가지고 하루종일 부자가 된 기분을 낼 수 있어서 좋았다. 너무도 소박한 사치였지만, 배낭여행객에게 있어서는 잊지 못할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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