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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don_01] 마켓, 미술, 올림픽.. London Actually!
2012-08-03
런던 도시를 떠올리면 잭유니언기(영국 국기)와 더불어 2층 버스의 모습이 떠오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빨간색 2층 버스는 그만큼 영국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한데, 그 2층 버스 저도 한 번 타봤습니다. 막상 타보면 생각보다 별 거 없다.
오히려 밖에서 보는 게 더 예쁜 2층 버스. :p
어쨋든 버스를 타고 버로우마켓(Borough Market)+그린마켓(Green Market)으로 향했다. 런던 여행의 대부분은 마켓투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마켓이 발달해있다. 각종 과일 등 청과물은 물론이고 접시, 잡화에서 빵이나 케익 등 디저트까지 다채롭다. 런던 시내와 밀접한 버로우/그린마켓은 식료품이 많은 반면, 영화 "노팅힐" 촬영지로 유명한 포토벨로 마켓은 기념품과 공예품, 옷이 많은 편이다.
버로우마켓과 그린마켓은 연결되어 있다. 걸으면서 천천히 구경했다.
친구의 강력추천으로 먹은 샌드위치. 익힌 두부같은 하얀 것의 정체는 치즈다. 짜지도 않고 맛있다. 개인적으로 샌드위치는 먹기가 힘들어 좋아하는 음식은 아니지만, 런던에서는 핫도그나 샌드위치, 수제버거 등이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 꼽힌다. 정장을 멋지게 차려입은 영국신사들이 바닥이 엉덩이를 깔고 앉아 핫도그 따위를 먹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참 신기했던 것은 벤치도 거의 없는 시내에서 길바닥에 앉아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 런던에서 그러한 노상(路上)식사는 로망보다는 일상에 더 가까웠다.)
LOVE ME를 외치는 소. 사랑하니까 먹지 말아달라는 것인가..ㅜㅜ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 "러브액츄얼리(Love Actually)"를 보았거나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성탄절만 되면 케이블 채널에서 무한정 틀어주는 영화로, '로맨틱코미디 영화'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물론 나는 그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옴니버스식의 영화를 재밌게 본 기억이 별로 없을 뿐더러 '크리스마스에는 모든 게 가능해요, 불륜도~♥'라고 외치는 것과 같은 스토리가 전혀 로맨틱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콜린퍼스, 휴 그랜트, 알란 릭맨, 키이라 나이틀리를 비롯하여 영국의 유명 배우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런데 이 어마어마한 배우들과 스토리를 제치고 "러브액츄얼리"를 보고 내게 남은 것은 단 하나. 버노피파이(banoffee pie)였다.
무슨 영화에 어떤 장면인 지는 몰라도 남자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스케치북 이벤트. 스케치북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고백하는 장면은 여성들 뿐만 아니라 뭇 남성들의 심금을 울린 모양인지 연인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이벤트이나, 친구의 결혼식에 갔다가 부인을 보고 첫눈에 반해서는 크리스마스에 둘의 신혼집에 찾아가 친구 모르게 그녀에게 사랑 고백을 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마니아팬을 보유한 미국드라마 "워킹데드(Walking Dead)"의 히로인 앤드류 링컨이 바로 그 고백남이다.)
남자는 친구의 결혼식날 비디오 촬영을 맡았다가 신부에게 반해 카메라의 모든 초점을 그녀에게 맞추는 실수를 저지른다. 그 비디오를 친구에게 전해줄 수 없었던 그가 차일피일 시간을 보내자, 자신을 맘에 들어하지 않는 것이라고 오해한 여자가 남자에게 찾아간다. 그 때 들고 간 일명 '바나나파이'가 바로 버노피파이다.
버노피파이는 바삭한 파이 베이스 위에 바나나와 생크림, 초코와 캬라멜 등이 올라간 아주 달콤한 악마의 파이다. 영국 음식에 대한 악명 높은 대외적 인식 때문에 일찌감치 맛기행은 포기한 영국여행이었지만 버노피파이 한 번에 나에게 런던은 '가장 인상 깊은 디저트를 먹은 도시'가 되었다. 사진에서는 왼쪽에 위치한 하얀 파이가 바로 버노피파이. 그 맛을 잊지 못해 한국에서도 몇 번 해먹었다. (물론 베이킹이 취미인 언니가 해줌)
버노피파이의 여운을 뒤로 한 채 테이트모던(Tate Modern)으로 향했다. 고전미술보다는 현대미술을 월등히 사랑하는 나에게 런던이 의미있었던 이유가 바로 테이트모던의 존재였다. 여행을 함께 한 친구들은 대부분 고전미술을 선호했기 때문에 미술관 투어에서는 따로 떨어져 혼자 있는 경우가 많았고, (각자 알아서 본 뒤에 만나자는 식이었다.) 박물관 수도 상설전시를 하는 대형 박물관이 많아 현대미술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영국의 경우 일명 YBA(Young British Artists)로 칭해지는 현대미술의 내노라하는 예술가들이 많아 현대미술이 고전미술 만큼이나 대접받는 느낌을 주었다. 게다가 여행을 간 날에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특별전까지 열려 그의 작품들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테이트모던 안 공간에서 이루어진 행위예술. 사람들이 일정 시간 움직였다가 멈추는 것을 반복했다.
테이트모던에서 바라본 템즈강의 모습. 데미안 허스트 특별전을 홍보하기 위한 대형 인체해부 모형이 앞마당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런던 여행 후 한동안 나의 프로필이었던 작품. From one beginning to many possible endings.
예뻐서 찍었는데 알고보니 상당히 유명한 작품이었던.. 기억은 가물가물.
전시를 보고 나오니 벽 한 면에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생각을 쓸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WHAT DO YOU THINK?'라는 대제 밑에 예술과 관련된 흥미로운 질문들이 있었다.
Does live art have to be experienced live?
What is the role of the audience?
How can art change society?
How do you imagine tomorrow's museum?
나도 하나 남기고 왔다.
"사람들에게 서로 또는 자기 자신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예술은 사회를 변화시킨다."
런던브릿지를 지나 시내를 구경했다. 거리 공연을 하는 마술사와, 런던올림픽의 여파로 꾸며진 거리의 모습들. 사람들은 여유롭게 모여서 공연을 관람하거나 야외 테이블에서 담소를 나눴다.
2012런던 하계올림픽을 맞춰 꾸며진 각종 기념품들. 유럽 사람들은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흔히 "국가주의자"라는 표현을 하는데, 런던과 파리 등을 돌아다니면서 절실히 느낀 것은 이들이야 말로 소위 '국뽕(극단적인 국수주의자로 비판적 사고없이 자국의 문화가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경우)'에 취해있다는 것. 국기로 사방이 꾸며진 거리를 걷다보면 원치 않아도 절로 자긍심을 갖게 될 것 같다. 국기라는 것은 일종의 상징에 불과하겠지만, 국적을 드러낼 수 있는 상징들을 보란듯이 내놓은 사회 모습은 국가주의와 멀지 않아 보인다.
런던에서 찍은 사진 중 손에 꼽히게 좋아하는 사진. 창문에 비친 건물의 모습이 그림같다.
올림픽을 맞이하여 런던브릿지(타워교, Tower Bridge)도 올림픽 마트를 달고 있다. 런던의 랜드마크급 건축물인 타워브릿지를 포함하여 빅벤, 런던아이 등이 밀집한 템스강의 모습. 밑에는 밤에 찍은 사진. 다시는 갈 일 없을 런던에서 남긴 사진에 올림픽 마트가 떡하니 있다니,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물론 하계올림픽을 유럽 곳곳에서 축하한 건 즐거운 일이었다. 특히 축구에서는 우리나라가 상당히 선전했기 때문에.. 그런데 동서양 선수들이 각각 두각을 나타내는 종목이 다르다보니 수영이나 육상을 중계하는 유럽에서 한국관련 기사는 신문이나 인터넷으로 봐야했다ㅜㅜ
런던의 상징물인 빅벤도 올림픽을 맞이하여 아래와 같이 꾸며졌다. 어디서 온 지 알 수 없는 대형 프로젝터 빔으로 빅벤 전체에 올림픽 홍보영상이 펼쳐졌다. 그 모습이 너무도 멋져서 추운 줄도 모르고 빅벤을 구경했다.
London Actually, 우중충한 날씨보다는 화창한 인상을 주었던 여름날의 런던. 올림픽으로 사람들은 들떠 있었고, 한편으로는 올림픽 따위는 일상적 이벤트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듯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지나는 런던시민들도 있었다. 정장을 차려입고 바닥에 주저앉아 핫도그를 먹는, 드럽게 맛없는 요리로 악평이 자자한 런던. 루니가 가득하다던 도심에는 매력적인 영국식 악센트에 괄괄한 성경을 드러내며 블랙조크를 던지는 런더너들이 자리잡고 있었고, 관광 차 다시 찾기 보다는 진심으로 살고 싶은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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