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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don_02] 한영전에서의 승리와 포토벨로마켓
2012-08-04
런던 여행 당시는 2012런던 하계올림픽 개최 주간인지라 거리 곳곳에는 올림픽과 관련된 조형물들을 만나볼 수 있었고, (외계인 같이 생긴 외눈박이 런던올림픽 마스코트도 각종 코스튬을 입고 거리마다 설치되어 있었다.) 올림픽 분위기에 취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유럽 경제위기의 여파인 지 올림픽 관람을 위해 온 외국인들과 많이 마주치지는 않았으나 영국인들은 자신 나름대로 올림픽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버로우마켓과 그린마켓을 둘러보고 이번에는 포토벨로 마켓으로 향했다. 포토벨로 마켓은 영화 '노팅힐'의 촬영장소로 유명한 곳이다. 줄리아 로버츠와 휴 그랜트가 출연한 이 영화는 미국의 톱 여배우와 평범한 영국남자의 사랑을 그렸다.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한 '러브 액츄얼리'에 이해 '노팅힐'까지, 휴 그랜트는 가히 영국의 국민배우로다. :p
여기서도 발견되는 잭유니언기의 향연.
해리포터의 퀴디치 게임이 생각나는 폴로 게임 스틱들. :)
티셔츠를 판매하고 있는 거리의 상점. 사람들이 모여있지만 가게주인은 왠지 모르게 시큰둥해 보인다.
변덕스럽기로 악명 높은 영국의 날씨지만 다행히 여행하는 내내 해가 쨍쨍. 런던을 포함해서 여름 2달 간 배낭여행을 하는 동안 대부분 화창한 날씨였다. 동유럽은 화창하다 못해 더웠지만. 한국 이름을 딴 외국식 이름이 '솔(sol, 스페인어로 해를 뜻한다.)'인 나는, 그 덕분에 '태양을 몰고 다니는 여자'라는 별칭을 얻었다.
신기한 공예품이 많은 포토벨로 마켓.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엔 제약이 많다. 촬영을 거부하는 상점도 있으니 유의할 것. 촬영이 불가능한 지 모르고 사진을 찍었다가 가게 주인이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간판 아래 매달려 있는 2층 버스들. :)
영국의 대표 표어 쯤으로 여겨지는 "Keep calm and carry on."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전 영국 정부가 일반 국민들의 사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제작한 공익성 문구라는데, 미국으로 따지면 젊은이들의 참전을 독려하는 'Uncle Sam'의 포스터와 매칭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이 문구는 팬시 등 콘텐츠 상품에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한참 유행할 때는 "Keep calm and Gangnam style"이라는 문구에 왕관 대신 말춤을 추는 싸이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짤방'이 돌아다니기도 했다.
고칼로리의 위엄을 떨치고 있는 초코파운드. :p
런던 땅에서 볼 줄은 몰랐던 대형 빠에야(Paella), Oleee!
버로우마켓에서의 샌드위치에 이어 거대한 핫도그! 다양한 노점상이 있었다.
유쾌한 패러디 버젼. 평정심을 유지하고 컵케익이나 먹어라!
충동구매 생각이 간절하던 포토벨로 마켓 내 그린마켓. 핸드메이드 악세사리나 각종 빈티지(중고) 옷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다음에 런던에 올 수 있다면 30살이 되는 해에 친한 친구들과 함께 오고 싶다. 빈티지 마켓을 돌아다니며 서로 옷을 골라주고, 싼 값에 악세사리를 '득템'했다고 웃을 수 있는 그런 소소한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성장하면 얼마나 좋을까. 30살도 멀지 않았구나!
Finally 런던맛집! 수제버거가 유명한 gbk버거.
맛은 쏘쏘. 다시 찾아가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괜찮은 맛임. :p
이 날 한국과의 축구경기를 포함하여 올림픽 관람을 위한 합동 관람장이 마련되었다. 2002월드컵 당시 시청, 강변, 대학가 등 다양한 곳에서 대형 스크린을 놓고 함께 경기를 관람하던 때가 떠올랐다. 어렸던 나는 친구와 함께 축구를 보겠다고 일찍부터 나가 돗자리를 깔고 자리를 맡아놨는데, 가방과 함께 자리를 뜬 사이에 누군가 우리 자리를 차지했고 그 젊은 남녀 무리는 뒤늦게 자리를 찾아 떠도는 나를 보며 "여기 미아 있어요."하며 낄낄대기까지 했다. 내 가방을 보고 우리 자리인 걸 안 내가 '여기 제 자린데요.'라고 말하자 비켜주긴 커녕 우리에게 자리를 '내줬다.' 양보한다는 듯 우리 돗자리 한 귀퉁이를 내 준 젊은 청년들은 열정적으로 축구를 관람했는데, 그 때의 분노가 어찌나 컸는지 안정환의 골든골이 터지기까지 나는 계속 부들부들하며 축구에 집중을 하지 못했다.
아무튼 그런 불편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지 관람석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축구 경기 관람에는 크게 흥미가 없던 우리는 멀찌감치 구경하다가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는 그냥 돌아섰다. 제대로 된 한영(韓英)전 응원을 위해서는 영국사람 틈바구니에 껴서 보는 것 보다야, 한국인들끼리 모여서 봐야되지 않겠는가. 숙소로 돌아간 우리는 얼굴에 태극무늬와 좋아하는 축구선수의 이름을 적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펍(pub)으로 향했다.
태극기까지 준비하고 한영전 관람. 같은 한국사람이라지만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보는 건데, 영국과의 승부에서 우리나라가 보란듯이 승리를 거뒀다.
오 마이 갓! 다 같이 일어나서 방방 뛰다가 친구와 나는 기쁨을 이기지 못해 펍 밖으로 뛰쳐나왔다. 얼굴에는 태극문양을 그리고 기쁨에 키득키득 웃으며 런던브릿지로 향했다. 야경이 비추는 센즈강 앞에 서자마자 올림픽 마크가 매달린 브릿지를 향해 "대~한민국!" 둘이서 신이나서 외쳤다. 이탈리아가 승리를 거둔건지 우리 앞에는 샴페인을 터트리는 이탈리아 사람들도 있었다. 타지에서 모국의 승리를 축하하는 이방인들이라니.
한국을 떠나온 지 반 년이 훌쩍 넘었던 8월의 여름날. 오랜만에 '대한민국'을 소리내 외쳐본 우리는 왠지 모를 두근거림을 안고 숙소로 돌아왔다. 맥주 한 캔과 과자를 사들고는, 작은 숙소에서 서로 술잔을 기울이던 런던의 하룻밤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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