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tislava] 달콤살벌한 도시에서 카페투어를

2012-08-19


유럽 여행 중 루트상 들리게 된 슬로바키아(Slovakia). 볼 거리가 그렇게 많지도 않고(=유명 관광지나 대형 박물관 등의 관광명소가 많이 위치하지 않고) 작은 나라인지라 한국인 여행객에게 인기가 많은 곳은 아니다. 우리도 슬로바키아의 수도인 브라티슬라바(Bratislava)만 잠시 들르기로 했다.



로 단일화폐만 보다가 동유럽 여행을 하며 각 나라별 서로 다른 화폐를 보니 재밌다. 여행 막바지라 까맣게 탄 손으로 지폐를 들고 한 장 찍었다.




용하고 한적한 도시. 동유럽 국가들은 여행지로 유명한 다른 유럽 국가(특히 유로화폐를 사용하는 유로그룹 국가들)과 다르게 조금은 침체된 느낌이다. 거기에 알게 모르게 위압적인 국가 분위기도 한 몫 한다. 헝가리에서 대중교통은 물론이고 도시 곳곳에 무장한 정복 경찰들이 있었던 것에 비하면 슬로바키아는 조금은 더 여유로운 느낌이지만, 그래도 무언가 긴장된 느낌은 감출 수 없었다.



단하게 장을 보기 위해 마트에 들어가려는데, 뭔가 위화감이 드는 마크가 눈에 들어온다.



연, 애완동물 출입금지, 자전거 탑승 금지 등 익숙한 경고문고 사이로 총기를 소지하고는 마트에 들어올 수 없다는 마크가 자리잡고 있다. 일상적인 풍경에 자리잡은 무거운 경고 그림 하나. 슬로바키아는 라이센스가 있으면 총기 소지가 가능한 나라로 사격이 일종의 취미로 받아들여지는 모양이었다. 마트에서 간단히 과일과 주전부리를 사면서도 친구와 나는 총 그림의 임팩트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래도 관광은 계속 되어야 한다. 가볍게 도심을 돌아보았다.




물들이 아름답다. 아름다운 건물 사이로 동상과 분수 등이 조성되어 있었다. 여름 날의 유럽 여행은 참으로 덥지만 동상, 분수 등 정원이 아름다운 유럽의 얼굴을 제대로 보여준다.


사람 키만한 얼굴 동상. 주름 진 얼굴이 참으로 오묘하다.


오스트리아에서도 본 적 있던 길거리 체스. 참 정겹게 느껴지던 유럽 풍경.



행을 방해할 정도의 스케일로 이루어지는 거리 공연. 유럽인들은 이렇듯 여유와 나태 사이에서 삶을 즐기는 모습을 보인다. 생활 방식이란 옳다, 그르다로 정리될 수 있는 영역의 것이 아니겠지만 유럽인이 향유해 온 삶의 방식의 일부는 한국에서 통용되면 좋을만한 것들이 제법 된다.

러나 아니러니하게도 유럽이 전에 없는 경제위기에 봉착하면서 그들이 때로 조롱하곤 했던 아시아 일부 국가들의 생활방식을 표방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잠들지 않는 도시를 만들어낸 중국,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현실 이면에는 낮은 임금과 노동자들의 삶의 질 하락이라는 결과물이 있었다. 때문에 '삶을 즐기라'고 충고하던 유럽인들은 이를 안타깝게 또는 어리석게 여기곤 했다. 그렇기에 서구사회에서 중국경제 성장을 '베이징 컨센서스'라고 명명하고 중국의 기적이라 칭하는 것을 단순히 서구인의 오만이나 오판(誤判)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경제중심의 사회발전과 세계질서가 인간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 지 서사하는 바로 여겨야할 지 모른다.


사진 포인트가 되어 준 멋들어진 동상.


총알인지 아닌지 한참을 생각해야 했던 거리의 광고판.



트를 타고 강 위를 지나가는 사람들과 벽 위에 그려진 그래피티. 소위 '젊음'이라는 키워드와 연결되는 이러한 풍경과, 총 그림이 주었던 임팩트가 묘하게 겹쳐질 듯 겹쳐지지 않는 순간이었다. 슬로바키아를 여행하는 짧은 순간은 낯선 지폐와 언어들, 그리고 위압감이 느껴지는 국가의 분위기로 인해 늘 긴장하고 있었다. (사실상 유럽 여행을 하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여행이 끝나고 여독을 푸느라 상당히 힘들었다.)




실 브라티슬라바는 카페투어로 유명한 도시다. 사람들이 모여 거리공연을 즐기고, 한 쪽에는 분수가 있는 작은 광장 근처에는 아름다운 카페들이 즐비해있다. 여름기후는 한국과 비슷한 편이라서, 차양막이 있는 테라스에 모여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도시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카페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브라티슬라바에서 인테리어를 참고해도 좋을 성 싶다.




내 마음에 쏙 들던 의자. 나중에 창업할 일 있으면 이런 의자를 만들어야 겠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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