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inawa_02] 3박4일 관광 : 북부-핵심 관광지 투어

2015-02-24


행 첫 날은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여유롭게 움직였다. 숙소와 국제거리가 가까워서 뚜벅이로 천천히 구경하고 든든하게 저녁을 먹은 뒤 숙소에서 마실 맥주나 간식거리 등을 사 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여기저기 발품 팔며 돌아다니는 것도 여행의 재미지만 여유로운 힐링을 목적으로 했으니 관광은 조금 느릿하게 흘러갔다. 그런 와중에 가장 바빴던 둘째 날.




심만 찍고 오는 오키나와 3박4일 관


첫 날(나하 중심부)

하공항 → 소 체크인 → 제거리 → 88스테이크 → 소로


둘째 날(북부)

터카 수령 → 좌모 → 세마을/쿠기 가로수 길 → 우리대교 → 라우미 수족관 → 메리칸 빌리지 → 소로


셋째 날(남부)

리성 → 키나와 월드/쿠센도 → 넨 절벽공원 → 키나와 소바 → 소로


마지막 날

소 체크아웃 → 라이비치 → 터카 반납 → 로쿠역 이온몰 → 하공항





침부터 렌터카를 수령하러 갔다. 공항으로 픽업을 오게 했으면 간단한 일이었겠지만, 여행 둘째날부터 렌터카가 필요했기 때문에 직접 수령을 위해 ABC렌터카 사무실로 향했다. 그나마 이번 여행메이트는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선택해 간간히 리스닝이 될 뿐, 나는 일본어에는 전혀 까막눈이었다. 까막눈 뿐만 아니라 영어로 말해도 잘 못 알아들었다. 때문에 직접 렌터카를 수령하기 위해 택시를 잡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조식을 든든하게 먹고, 호텔 리셉션에 친절한 여성분이 지도까지 건네주긴 했는데 타지에 나오니 왠지 모르게 일본에는 일본만의 택시잡는 법(?)이라도 있을 것 같아 머뭇거렸다. 지도에 따라 일단 신호등을 건너 사거리에 멈춰섰다.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택시를 잡으려면 어떻게 하나요?"라고 영어로 물으니, 멀뚱멀뚱 쳐다보던 사람들이 갑자기 오른팔을 허공에 휘적휘적하며 "팔을 흔들어요!"라고 외친다. 조신하다는 일본인들이 거리 중간에 서서 풍선인형마냥 팔을 휘젓는 스스로가 우스워 깔깔대고 웃는다. 우리도 같이 웃다가 그 말대로 팔을 휘저어봤지만, 아침 시간이라 택시가 눈 앞에서 족족 걸린다. 겨우겨우 좁은 도로에 들어가 정차된 차에 올라탔다.

시비가 어마어마하게 나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이 되었지만, 친절해 보이는 아저씨에게 지도를 내밀었다. 한국에서는 미덕으로 여겨지는 고상한 r발음이 여기선 무용지물이다. "에이비씨 레-ㄴ또카" 한 마디에 아저씨가 출발한다. 안되는 일본어를 손짓발짓해가며 "하야꾸 하야꾸!(빨리빨리)"를 연신 외쳤다. 8시 30분 렌터카 수령. 지금은 8시 16분 가량. 센스있는 아저씨는 하이패스 라인과 빼곡한 차들 사이를 곡예하듯 넘나들며 렌터카 사무실 안까지 우리를 안내해줬다. 천 백엔이 나오자, 쿨하게 백엔을 돌려주며 "사비스-!"를 외친 아저씨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국인 직원이 없어서 (나같은) 일본어 까막눈 한국인 관광객에게는 천시받던 ABC렌터카였지만, 렌터카와 같은 건물을 쓰는 다른 회사 직원 중 한국인이 우리의 업무처리를 도와주셨다. 한국인이 오자 당연한 듯 그 분이 설명해주셔서 처음엔 렌터카 회사 직원인 줄 알았음(ㅜㅜ) 렌터카 반납 때는 한참 바쁜데도 우리 일을 봐주시느라 조금 정신 없어 보였다. 이제 와서 제대로 고맙다는 말을 못한 거 같아 아쉽다.


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인적사항을 적고 보험 가입과 결제를 마치고 나면, 차에 어떤 흠집은 없는 지 확인한 뒤에 차를 수령할 수 있다. 일단 렌터카를 건네 받고 나면 한국어 지원이 되는 네비게이션이 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네비게이션 사용은 맵코드나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되는데, 렌터카 회사에서 맵코드가 적힌 (한국어)가이드북을 준다. 관광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갈 때에는 렌터카에 숙소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간단하다.




씨가 흐리고 비가 올 거라는 예보가 있었기 때문에 오늘은 숙소에서 가장 먼 북부 관광을 하기로 했다. 먼저 북부로 가기 전 만좌모에 들렀다. 만좌모는 오키나와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로, 코끼리 모양 바다 절벽을 말한다. 대형 관광버스가 여러 대 왔다갔다 하고, 오키나와에서 방문한 곳 중에 가장 관광객이 많았던 곳이기도 하다.



키나와에는 유료 도로가 많다. 왔다갔다 할 때마다 받았던 티켓. 고속도로를 탈 때 톨게이트에서 받는 것과 유사하다. 네비게이션이 요금소와 요금을 친절하게 알려주기 때문에 당황할 일은 많지 않다.





좌모 절벽은 도로 중간에 위치한 것이 아니라 해변으로 나가야 하지만 네비게이션이 알려준 대로 가다보면 표지판을 발견할 수 있기도 하고, 관광객들의 대부분이 가는 곳이라 찾기는 어렵지 않다. 직원들이 알려준 곳에 주차를 하고 나와보니 여러 블로그 사진들에서 보았던 만좌모의 모습이 보인다. 가까이 가서 볼 순 없었지만 정말 코끼리 모양으로 생긴 귀여운 해변 절벽. 만좌모는 말 그대로 코끼리 절벽을 보면 끝이다. 게다가 바다 바람과 관광객들 틈바구니에서 그럴싸한 인증샷을 남기기도 어렵다. 그래도 일단은 나도 갔다. 만좌모.


좌모에 들렀다가 바로 츄라우미 수족관에 가기 앞서 다른 관광지를 추가적으로 들렀다. 이 곳은 많이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오키나와 여행에서 상당히 만족스러웠던 곳 중에 하나다. 바로 비세마을이다.



세마을은 중간에 후쿠기 가로수 길이 위치하고 그 가로수 길 틈틈이 나 있는 골목 구석구석이나 길 중간, 끝에 주택가 등이 있는 아주 조용한 마을이다. 마을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핸드폰은 커녕 속세의 문명과는 멀게 아주 느린 삶을 살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비가 한 차례 내린 이후라서인 지 길과 나무가 아주 깨끗하고 맑아 보인다.




택의 느낌이 나는 주택들. 느낌이 좋아 조용히 카메라에 담았다.




쿠기 가로수 길을 걷다가 시간을 조금 들여 여기저기 기웃거려 보면 사람이 거의 없어 아주 한적한 바닷가를 만날 수도 있다. 작은 배가 묶여있던 바다. 바다가 가깝다는 것을 알려주듯 조개 껍데기를 모아둔 나무 밑둥이 인상 깊었다.




적한 바닷가를 돌아보기도 하고, 가로수가 빽빽하게 심어진 길을 여유있게 걷다보니 슬슬 비가 쏟아진다. 부슬부슬 내리던 비는 방울이 점점 굵어지더니 본격적으로 소나기가 내릴 참이라, 주차된 차까지 냅다 걸었다. 우산을 들고 이제 막 차에서 내린 일본의 소년들이 맨 몸으로 뛰어가는 우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허겁지겁 차에 올라타서 문을 닫자마자 거짓말처럼 세찬 소낙비가 떨어졌다. 작은 차를 두두두두 때리는 것 같은 빗소리에, 놀란 마음과 안도가 겹쳐서 들떴다. 갑작스레 쏟아진 비는 우산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 같은 세기였는데, 이제 막 관광을 시작한 사람들이 걱정되는 동시에 우리가 경험한 행운에 기분이 우쭐했다. 여행지에서는 아주 작은 행운이라도 마음이 크게 풍족해진다.


로 츄라우미 수족관으로 가기에는 시간이 애매해서, 돌고래쇼 시간과 입장 시간을 고려하며 차를 타고도 볼 수 있는 다른 관광지로 향했다. 날씨가 좋지 않아서 코우리대교(해변도로)에 가도 장관을 보긴 어렵겠지만, 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볼 수 있는 곳이니 다음 목적지는 코우리대교로 정했다. 다행히 하늘이 흐렸지만 에메랄드색 바다는 볼 수 있었다. 비상등을 켜고 느릿느릿 지나가며 다리를 건너오자, 코우리지마(섬, 코우리대교는 오키나와 본섬과 코우리지마를 연결하는 도로지만 양 쪽에 해변이 펼쳐져 차를 타고 드라이브하기에 아주 적격이다.)에 도착했다.




우리지마는 그다지 볼 게 없다. 하지만 섬에 내리고 나니 비가 그쳐서 자그마한 항구에 차를 대고 내렸다. 사진을 몇 번 찰칵하면서 바다를 바라보다가, 차를 주차해도 되겠느냐고 물었을 때 상냥하게 대답해준 일본인 아저씨에게 인사를 건넨 뒤 다시 차에 올라탔다. 이번에는 정말 츄라우미로 향했다.



라우미 수족관은 일본에 오키나와라는 섬이 속해 있다는 것도, 그 오키나와라는 섬 안에 수족관이 있다는 것을 몰랐을 아주 어릴 적부터 내 마음에 남아있던 곳이다. 어릴 적 친구가 '우울할 때에 보면 좋다'며, 츄라우미 대형 수족관을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리적인 거리는 멀지만 늘 화면으로 접했던 것을 실제 내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보아왔던 영상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은 묘한 느낌이었다. 유명한 명작들을 실제로 봤을 때와는 또 다른 감동을 주었다. 푸른 색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고요해지는 인상을 받는다. 웅장한 자연을 보며 감흥을 받지 못하는 것과는 별개로, 물 속에서 유영하는 생명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하지만 그걸 위해 어항을 사고 물고기를 사육하기는 꺼려지므로 영상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라우미는 4시 이후에 입장을 하면 입장료를 크게(약 600엔 정도) 할인 받을 수 있다. 사실상 1시간~1시간 반 정도면 충분히 감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돌고래 쇼를 구경하며 입장 시간을 기다렸다. 본의 아니게 어렸을 때도 본 적 없는 돌고래 쇼를 커서는 세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감상하고 있다. 타리파(Tarifa)에서는 살아있는 돌고래를 Whale Watching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가까이서 본 것으로 시작해서, 발렌시아(Valencia)에서 본 대규모 돌고래 쇼(핸드폰을 잃어버려 현재는 영상을 구할 길이 없지만..), 오키나와에서도 돌고래 쇼를 보았다. 화려한 테크닉이 주가 되었던 스페인의 돌고래 쇼에 비해 노래와 춤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일본의 돌고래 쇼는 상당한 쇼맨십이 돋보였다.

※ 공연은 11:00 / 13:00 / 14:30 / 16:00 / 17:30(하절기 특별공연)에 실시한다.


물이 주가 되는 엔터테인먼트 쇼에 대해서는 여러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할 것이고, 학대를 동반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가 학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여행을 함께 한 친구도 돌고래 쇼를 보며 상당히 불편해했다.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 움직여야만 하는 그들이 불쌍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반려동물과 함께 하며 동물의 권리와 삶에 대해 조금씩 가까워지는 나로써는 이러한 종류의 산업을 접근하는 데에 상당히 고차원적이고 섬세한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동물과 인간의 삶을 괴리시킬 수도, 하나를 무조건적으로 희생시킬 수도 없는 지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족관 규모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그래도 다양하게 구성한 느낌. 매너티나 산호 등 보기 어려운 종류의 동물도 만나볼 수 있는데, 장점이자 단점은 거대 수족관이 있는 건물을 제외하고도 돌고래 쇼 공연장이나 매너티 룸, 산호 바다, 거북이 등을 보기 위해서는 건물 밖으로 이동이 필요하다.


번 출입을 하고 난 뒤 다시 들어오고 싶으면 손등에 도장을 찍어준다. 인상 깊은 것은 우리나라처럼 잉크로 된 도장이 아니라 빛을 비춰야만 드러나는 투명한 도장이라는 것. 인상 깊어서 사진으로 남겼다. 클럽이나 테마파크 등을 갔다와서 도장이나 손목 띠를 찍어서 SNS에 인증하거나 대중교통에도 보란듯이 드러내고 다니며 오히려 자랑으로 내보이는 우리나라 사람들과는 달리 사생활을 굉장히 중시하는 일본인들의 성향이 드러나는 것 같다. 출입도장 하나도 보이지 않게.



족관에서 나왔을 때 없으면 아쉬운 기념품 샵. 귀여운 인형들.





족관까지 돌아보고 나서 다시 나하 쪽으로 향했다. 하늘이 정말 맑아서 구름의 모습이 몽실몽실 그림 같았다. 오키나와 여행에서 일상적이지만 단연 최고로 꼽을 만한 것은, 렌터카를 타고 달리는 탁 트인 도로다. 하늘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지 그 순간만큼은 사진이든 현실이든 아름답게 남는다. (물론 아우토반을 달리는 것 같은 짜릿함은 기대하기 어렵다. 시속 70-80 정도이므로. 최대가 110이었던 걸로 기억.)





소에 가기 전! 완전히 해가 지고 나서 아메리칸 빌리지로 향했다. 미군 기지가 아직도 위치하고 있는 오키나와에서는 미국적 색채가 짙은 아메리칸 빌리지가 또 하나의 관광지로 유명하다. 아메리칸 빌리지는 해가 있을 때 갈 경우 우리나라의 옛날 놀이공원을 보는 듯 운치가 없다고 하여 일부로 저녁 때를 찾아 갔다. 아메리칸 빌리지 근처에 있는 쇼핑센터 주차장이 아닌 스타벅스를 끼고 도는 쪽 공용 주차장으로 가야 주차하기 좋다.



차를 하고 나오자마자 보이는 거대 관람차의 모습. 런던의 런던아이와 같이 아메리칸 빌리지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느낌이다.




메리칸 빌리지에서 볼 건 그다지 없다. 미국적 색채도 모르겠고, 각종 잡화를 파는 상인들이 손님을 기다리는 대형 쇼핑몰 같은 느낌이다. 다만 조악한 장식들이 묘하게 크리스마스 전야를 떠올리게 하긴 한다. 영문자가 써진 옷을 파는 개인샵, 가발 따위를 취급하는 악세사리점, 왔다갔다 하는 외국인들. 오키나와에서 경험하는 느낌과는 다소 다른 것도 사실이다.


떡 하니 써 있는 경고문구. 스케이트보드를 타지 마시오!



럼에도 불구하고 꼭 아메리칸 빌리지를 가야하는 이유는 딱 하나. 기막힌 타코라이스 때문에. 어찌나 맛있는지 그릇을 싹싹 비워 놓고도 아쉽던 타코라이스. 가격대도 합리적이고, 그에 비해 양은 푸짐하다. 다시 찾아간다면 또 먹어보고 싶은 맛이었다.


메리칸 빌리지를 대충 돌아보고 나서 숙소에 돌아가면 먹을 간식거리 등을 샀다. 워낙 군것질에 취미가 없다보니 맛있다는 게 뭔지 몰라 손에 집히는 대로 대충 사들고 숙소로 향했다. 우리나라 다이소의 느낌이 나던 일본 잡화점에는 한국인들이 사재기로 사간다는 다리 릴렉싱 제품이 "한 사람당 2개 씩!"이라는 삐뚤빼뚤한 한국어 메모와 함께 놓여 있었다. 가장 바빴던 여행 둘 째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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