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Okinawa_03] 3박4일 관광 : 남부-류쿠왕국 투어
2015-02-25
둘째 날에 오키나와에서 가려고 마음 먹었던 츄라우미 수족관(이번 여행의 핵심이기도 했음), 코우리대교(해변도로)와 만좌모를 보고 나니 그 다음에는 루트를 짜는 것에 훨씬 여유가 생겼다. 다행히 날씨가 좋다고 해서 셋째 날에는 야외 관광지를 위주로 했다.
핵심만 찍고 오는 오키나와 3박4일 관광
첫 날(나하 중심부)
: 나하공항 → 숙소 체크인 → 국제거리 → 88스테이크 → 숙소로
둘째 날(북부)
: 렌터카 수령 → 만좌모 → 비세마을/후쿠기 가로수 길 → 코우리대교 → 츄라우미 수족관 → 아메리칸 빌리지 → 숙소로
셋째 날(남부)
: 슈리성 → 오키나와 월드/교쿠센도 → 치넨 절벽공원 → 오키나와 소바 → 숙소로
마지막 날
: 숙소 체크아웃 → 니라이비치 → 렌터카 반납 → 오로쿠역 이온몰 → 나하공항
먼저 찾은 곳은 슈리성이다. 날씨도 좋고 워낙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보니 주차를 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관광지 주차장이 만차인 것을 확인하고 계속 운전을 해가자, 직원인지 장사꾼인지 모를 사람들이 서서 차를 골목으로 유도한다. 발레파킹과 주차비용을 받는다며 돈을 내고 차에서 내리라고 한다. 언어를 모르니 이 상황이 달갑지만은 않고, 첫 날 스테이크의 여파로 현금이 얼마 없던 터라 거부의사를 표시하자 차 빼고 나가란다. 흠, 주차하기가 쉽지 않군. 차를 빼고 주택가를 비집고 이동하다보니 번호가 그려진 빌라 주차장소 말고 공터같은 곳이 보인다. 빈 공간이 많은 게 왠지 주차해도 괜찮을 것 같아서 슬쩍 주차를 하고 재빨리 내려 슈리성으로 향했다. 날씨는 정말 좋았다.
입장료는 820엔. 제법 쎄다.
관광객은 그다지 많지 않아 보는 데에 어려움은 없었다. 워낙 공간이 넓지 않아서 동선도 간단. 전통의상을 입은 직원들에 안내에 따라 이동하면 된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 한정적이라서 남긴 사진은 많이 없다. 모형도를 보니 왠지 경복궁이 생각난다. 오키나와는 이전에 류쿠왕국이라는 왕정 체제였다. 일본 본토에 의해 점령되어 편입되기 이전에는 그만의 고유한 역사와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단독 국가였다고 한다. 역사적으로는 일본 본토보다 더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의 기술력 등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이 때문인지 슈리성은 중국의 영향을 받아 중국식 건축물과 유사해 보이기도 한다.
여전한 시사인형. 국제거리에서 본 아이들과는 사뭇 차이가 있는 귀여운 외모.
슈리성을 간단하게 살펴보고 나와서 다시 차를 찾아왔다. 류쿠왕국의 옛 모습을 복원, 계승하여 관광 콘텐츠화 시킨 두 개의 거점으로는 류쿠무라와 오키나와 월드가 있는데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류쿠무라가 좀 더 문화적 색채가 짙은 것으로 평가 받는다. 그에 비하면 오키나와 월드는 좀 더 테마파크에 가깝다고 한다. 시간상으로나 거리 상으로 남부와 좀 더 근접해 있는 오키나와 월드를 가기로 했다.
※ 다만 오키나와 월드의 경우, 입장료가 현금 결제만 가능하다. 현금이 부족했던 우리는 ATM을 찾기 위해 한참을 돌아야 했다. 다행히 지도에서 ATM이 있는 곳을 알려주긴 했지만 빙빙 돌아 겨우겨우 여기저기 물어가며 돈을 뽑을 수 있었다. 만엔을 손에 쥐고는 ATM기 앞에서 소리지르고 얼싸안고 난리를 피웠다.
내가 찍어둔 사진이 없어서 오키나와 월드 홈페이지에서 찾은 걸로 대체함. 오키나와 월드에서 무엇보다 만족스러웠던 것은 '수퍼에이사' 공연이였다. 에이사 군무는 우리나라 부채춤처럼 류쿠왕국의 전통 춤을 공연식으로 구성하여 관광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상당히 엔터테인적인 요소가 강하고, 독특하고 유쾌하다. 동영상이나 사진 촬영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어 남은 자료는 없지만 한동안 그 '허이야-! 허이야! 하!하!'하고 내지르는 특유의 음성이 상당히 기억에 남아서 여행 내내 따라했던 기억이 있다.
※ 에이사 공연은 10:30 / 12:30 / 14:30 / 16:00 이렇게 하루 총 네 번 있다.
그리고 나서 여러 테마 상점을 지나, (유명한 관광상품인 듯 한 뱀술의 제작소와 판매점, 3D 공포영화 상영관, 각종 기념품 판매점 등 오키나와 월드에는 각 체험공간을 지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점을 지나는 구조로 되어있다.) 류쿠왕국의 옛 가택을 재현했다는 공간까지 왔다. 거기서 유명하다는 부크부크 차를 마셔봤다. 보글보글? 차라는 거품 차는 정확히 보리차 맛이 난다. 같이 준 간식이 없었으면 잔을 엎을 뻔 했다. 왠만한 낙천적 성격과 도전정신을 지닌 분이 아니라면 굳이 마시지 않으셨으면.
부크부크차의 효능인 지 뭔지.. 해맑게 웃고 있는 머리 벗겨진 아저씨가 귀여워서 찰칵. 부크부크 차를 마시면 저렇게 머리가 빠지나 싶어서 소오름.
걷다보면 카페나 잡다한 상점을 지나 유리공예를 하는 분들을 볼 수 있다. 오키나와는 베니이모(자색 고구마), 뱀술, 스테이크, 소금 아이스크림 등을 비롯하여 유리공예가 기념품으로 유명하다. 엄청난 열기에도 꿋꿋하게 일하고 있는 공예가들.
완성품은 아래와 같다. 정교한 맛은 없지만 오키나와의 해변과 잘 어울리는 푸른 빛깔의 공예품들. 울퉁불퉁 좌우가 정확하게 맞지 않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그런데 돈 주고 사려니 뭔가 찜찜하여 그냥 지나쳤다. 장인 정신은 인정하오나 구매력으로 연결되려면 물건이 마음에 들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오키나와 월드의 자랑, 고쿠센도(종유석 동굴)도 패키지권을 사면 입장이 가능하다. 별 거 아닌 거 같은데 무지하게 길고(오키나와 월드 입구부터 출구까지의 길이임. 패키지권을 샀다면 종유석 동굴부터 구경한 뒤에 출구로 나와서 다시 오키나와 월드 입구로 거슬러 올라가며 구경하는 식으로 하면 동선이 깔끔하다. 오키나와 월드의 출입구는 하나로 동일하다.) 스케일이 어마어마한 지라 왠지 등골이 서늘하다. 게다가 물이 똑똑 떨어지고ㅜ.ㅜ 소리는 울리고, 왠지 가장 섬뜩했던 공간이다.
오키나와 월드를 구경하고 나서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관광책자에서 보았던 '세이화우타키'가 생각나 그 쪽으로 향했다. 셋째 날은 멀리 이동하지 않고 남부를 뱅뱅 돌았는데, 막상 도착하고 나니 입장 시간이 별로 남아있지 않았다. 종유석 동굴을 보고 나니 비슷한 종류의 동굴이나 무덤 등은 보고 싶은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아서, 세이화우타키 바로 아래에 위치한 치넨 절벽공원으로 향했다.
수학여행을 온 것 같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멀리서 보는 것이 정말 장관이었던 치넨 절벽 공원. 바닷물이 정말 맑았다. 아쿠아 색과 짙푸른 색깔이 공존하는 하나의 바다.
정신없이 운전을 하고 다니다보니 슬슬 허기가 졌다. 로컬 음식을 아무거나 먹자고 차를 끌고 다니지만 눈에 들어오는 곳이 없어서, 무작정 지도를 펼쳤다. 대형 상점이나 쇼핑몰이 있으면 갈 만한 음식점이 있을 것 같단 생각이었는데, '아쿠아마린'인 지 '아쿠아리우스'인 지 해변가의 테마파크일 것 같던 곳은 막상 가보니 컨테이너가 세워져 있는 항구였다. 허탕을 치고 아무데나 느낌 따라 운전을 해가다 보니 음식점이 있어 차를 멈춰 세웠다. 주차까지 하고 나니 음식점이 아니라 선술집이란다. 차를 끌고 다니는 마당에 술은 숙소에 돌아가서 맥주나 홀짝거리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술이 아니라 밥이다. 직원을 붙잡고 "오키나와 소바!"를 외치니, 손짓발짓으로 가게 위치와 이름을 알려준다. 그거 하나만 믿고 송구스럽지만 차를 버려놓고 가게로 향했다. 하지만 걸어서 근방이라던 가게는 한참을 가도 나오질 않았다.
결국 막 오픈 준비를 하는 가게에서 직원을 불러다가 다시 물었다. 더듬더듬 가게 이름을 얘기하며 물어보자, 걸어서 20분이란다. 차를 끌고 가야 한다니, 뱃속은 아우성을 쳤다. 오키나와 소바는 이토록 먹기 어려운 것인가. 소바를 먹고 싶다고 얘기했더니 한참을 서서 성심성의껏 가게 위치를 알려주던 직원이 "우리 가게에도 소바가 있어"라고 한다. (현실은 이렇게 길게 말하진 않고, 소바!소바!를 외치는 우리 앞에서 가게를 가리키며 응!응!했다.) 미취학 아동들 같은 대화 끝에 가게에 들어와서 메뉴판을 펼쳤더니, 사진 한 장 없는 온통 일본어다. 오키나와 소바에 추천 받은 메뉴 하나. 그리고 밥 많이 주세요. (부끄러운 말이지만 "잇빠이"는 일본어가 아니었다. 하하.)
차가운 면. 오키나와 소바라는 이 음식. 뭐지 너란 녀석, 맛있엉..!
그리고 오키나와에서 먹는다는 로컬인에게 추천 받아 이름 모를 로컬 식당에서 먹은, 로컬 of 로컬 음식. 돼지고기에 두부 그리고 계란과 정체모를 풀을 볶은 음식. 저 풀은 여기 사람들이 주로 먹는 모양인데 엄청나게 썼다. 두부랑 같이 먹으니 그 쓴 맛이 중화되면서 묘한 맛이었음. 친절한 직원 덕분에 메뉴를 선정해서 (우리가 고르지 못했으니 망할 일도 없이)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식사를 끝냈다. 정처 없이 뱅글뱅글 도는 일이 많은 하루였다.
'여행의 탈을 쓴 > 본 투비 아시안' 카테고리의 다른 글
[Kyoto] 도시샤대학 그리고 교토의 얼굴들 (0) | 2015.07.08 |
---|---|
[Okinawa_04] 3박4일 관광 : 니라이해변과 이온몰 (0) | 2015.07.07 |
[Okinawa_02] 3박4일 관광 : 북부-핵심 관광지 투어 (0) | 2015.07.06 |
[Okinawa_01] 3박4일 관광 : 나하 중심부-국제거리 (0) | 2015.07.06 |
[Osaka_04] 오타쿠의 성지 덴덴타운과 헤이트스피치 (0) | 2015.06.22 |